지난 23일 일본 도쿄 북부 구마가야시 한복판에 설치된 온도계가 섭씨 41.0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지구촌 곳곳에서 '더워 죽겠다'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엄살이 아니다. 지난 26일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온열질환 사망자가 18명이나 된다. 북반구에서 똑같이 한여름을 맞은 다른 나라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미 많은 사망자를 낸 일본에서는 이번 살인더위를 자연재해로 규정했다.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히는 오만 쿠리야트에서는 며칠 전 하루 중 가장 낮은 기온이 섭씨 42.6도에 달했다. 가장 뜨거웠을 때는 어땠을지 상상이 안 된다.

비정상적으로 덥고 건조한 날씨에 곳곳에서 산불과 가뭄도 한창이다. 그리스 아테네 인근에서는 최근 일어난 산불로 최소 80명이 숨졌다. 이례적인 더위가 폭력과 범죄를 부추긴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2003년 유럽에서는 1000년 만에 찾아온 더위에 7만명 이상이 숨졌다. 지금 가마솥 더위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들은 '진짜 지옥'을 곧 맞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8일자 최신호에서 지금 같은 폭염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상기후가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인류가 1880년대 산업혁명을 통해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시작한 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1도 올랐다. 유엔 산하 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오는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2040년엔 지구 기온 상승폭이 억제선인 1.5도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시기보다 1.5도 높아지면 생태계와 식량안보 등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IPCC도 이번 보고서에서 잦은 폭염과 폭우에 따른 동식물 멸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미 많은 연구 결과는 괴물같은 기후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 주범으로 인류를 지목한다. 2004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3년 유럽을 휩쓴 살인적인 더위의 발생 가능성을 2배 높인 게 바로 인류다. 이후 발표된 138개 논문은 144건의 이상기후 사례를 다뤘는데, 열파 사례 48건 가운데 41건이 인류의 발자국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류의 활동이 없었을 경우 일어났을 기후 패턴을 컴퓨터로 분석해 실제 기후와 비교한 결과다. 

건조한 상태에서 기온이 오르면 그나마 다행이다. 인간이 웬만한 더위를 견딜 수 있는 건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를 식히기 때문이다. 건조한 50도가 후텁지근한 30도보다 낫다고 하는 이유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젖은 수건으로 온도계를 감싸고 재는 습구온도가 35도를 넘으면 그늘에서 나체로 선풍기 바람을 쐬는 건강한 젊은이도 6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습구온도가 대개 31도를 밑돌지만, 전문가들은 탄소배출량이 줄지 않으면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비롯한 페르시아만 여러 도시의 습구온도가 이번 세기 말에 35도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동남아지역의 습구온도가 2100년까지 25년마다 한 번씩 34.2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은행은 온난화가 몰고 올 경제적 재앙을 경고했다. 폭염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전 세계가 2030년까지 치를 비용이 2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2조달러는 세계 8위 경제국인 브라질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이코노미스트는 폭염이라는 뉴노멀이 인류의 삶에 미칠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인류가 과거 실수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이 2012년 2003년보다 더한 폭염에도 더 적은 희생자를 냈듯이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가 노인 등에 대한 폭염 대책을 개선한 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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