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미국 1위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 우리나라로 치면 SK텔레콤쯤 되는 업체다. 이 회사가 차세대 통신망으로 꼽히는 5세대(5G) 통신망을 올해 안에 상용화하기로 했다. 기술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기지국 등 통신시설을 갖춰 돈을 받고 소비자에 팔겠다는 의미다. 

5G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4G(LTE)보다 속도가 20~50배 빠르면서도 월등한 동시접속 능력을 갖췄다. 쉽게 말해 몇 초안에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고, 수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끊김 없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든 물체가 통신망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엄청난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꼽힌다.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 한국 등 세계 통신 선진국들은 5G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5G 표준화와 관련 장비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 등이 5G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은 특히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중국 당국이 화웨이 장비를 통해 정보를 빼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버라이즌이 5G 상용화와 함께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 콘텐츠다. 아무리 통신망이 빠르고 안정적이어도 괜찮은 콘텐츠가 없다면 소비자가 외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버라이즌은 구글 자회사 유튜브나 애플의 애플TV과의 협업을 통해 5G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컨대 5G 전용 유튜브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많은 동영상을 동시에 보거나, 다수 이용자가 실시간 방송을 통해 소통하는 등의 이전과는 다른 기능이 구현될 수 있다. 

2G부터 4G까지 과거 새로운 통신망이 구축될 때에는 '속도'가 가장 중요했다. 누가 조금이라도 빨리 통신망 속도를 높이는지에 승패가 갈렸던 셈이다. 하지만 4G 이후에는 콘텐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통신속도가 빨라지더라도 콘텐츠가 빈약하다면 소비자가 외면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통신 강국으로 5G망 구축에는 누구보다 빠를 전망이다. 하지만 5G를 이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후진국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I,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 경쟁에서 이긴들 5G 생태계 조성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수장들은 지난 17일 만난 자리에서 5G 서비스 '동시 상용화'에 합의했다. 단순히 세계 최초 타이틀에 연연해 우리 기업끼리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지 말자는 취지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정부나 기업이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통신망 구축에만 집중한다면 세계 최초로 5G망을 구축하더라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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