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진행중임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은 당초 우려보다 차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6일에는 미국과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중 우선 340억 달러 규모에 대해 25%의 1차 쌍방 관세 부과를 발효한 바 있다. 이어 지난주 중반 미국 무역대표부는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 수입제품에 10%의 3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발빠른 공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8월말까지 의견 수렴 및 공청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으로 있어 미중 무역전쟁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확정 발표까지 아직 두달여의 시간이 주어진 점과 중국 측에서 구체적인 보복 조치가 즉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데 일단 안도하며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관세 발효 당시 2주 이내에 2차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주에는 미국이 1차 관세 발효 당시 미뤄 두었던 160억 달러 품목에 대한 관세가 발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미 예고됐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관세 발효 자체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향에 따라 시장의 반응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시장의 핵심변수가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 방향인 만큼 시장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뭘까. 미국과 주요국간 무역 분쟁이 타협안을 찾기까지 시간이 상당기간 지연될 경우다. 그 과정에서 세계 교역 위축 등 실제 경기지표상의 둔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의 조정이 실제 매크로 지표 둔화가 아닌 경계심리를 반영했던 상황인 만큼 향후 지표 둔화시에 대한 시장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거 미국은 1930년 후버 대통령 당시 관세율을 대폭 인상(수입품에 평균 59% 관세 부과)한바 있다. 이같은 미국의 조치에 반발한 교역국들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높여 세계교역량 급감과 세계공황을 초래했던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같은 부정적인 학습효과를 고려하면 미국발 무역전쟁이 장기간의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아직 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문제는 현재 미국 입장에서 무역수지 적자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고,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6월 한달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5월보다 늘어난 약 29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창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상승을 배경으로 11월 미국 중간선거 또는 이후까지 보호무역 강경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경계요인이다.

반면,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미중 무역전쟁이 조기에 완화되거나 경기에 큰 충격을 주기보다는 노이즈 수준으로 그칠 가능성이 시장 인식으로 확산되는 경우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속에 할리 데이비슨과 테슬라 등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미국 기업의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고, 미국 내부에서도 소비자협회와 제조업 협회, 의회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내에서 무역전쟁의 부작용 및 경계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11월 미국 중간선거전에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지난 2017년 연간 기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이 약 5000억 달러 수준이고, 중국은 미국에서 약 1300억 달러를 수입한 바 있다. 이에따라 관세 정책만 놓고 보면 미국의 공격 무기가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도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외의 무기들을 꺼낼 수 있다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을 고려해 미국 내부 여론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미국이 상호 타협점의 눈높이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종합해 보면 이번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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