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율' 30%로 변경시 SK그룹 7조 소요

정부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에 나서면서 '문재인정부의 모범생'으로 인식되는 SK그룹이 곤란해졌다. 현재 논의가 흘러가는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7조원이 넘는 현금을 추가 지분매입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현재까지 논의된 '공정거래법 개편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특위는 공정거래법 개편을 위해 민관합동위원장과 민간 전문가 21인을 위원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3개 분과·17개 과제를 두고 현행법 개편방안을 논의해 왔다.

특위에 따르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면개편 방안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주식 보유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무지분율 상향 대상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지만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이렇게 되면 재계에선 SK그룹이 가장 큰 골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최대주주는 SK㈜로 지분율은 25.22%이며,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의 지분율은 20.07%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할 상장 자회사의 최소 지분율은 20%(비상장사 40%)로 SK의 현재 지분구조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20%대로 그룹 지배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이 지분율은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불법이 된다.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최소 지분율은 30%(비상장사 50%)로 10%포인트(p)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기간 재벌개혁 공약('지주회사의 요건 및 규제 강화')이기도 했다.

특위 내에선 아직 지주회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율을 얼마나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관련 법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2016년 10월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현재 최소 지분율에서  20%를 10%p씩 올리도록 해뒀다. 이 법은 소관 위원회 심사 중이다.

이대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SK㈜는 SK텔레콤 지분 4.89%를,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9.93%를 추가 매입해야 한다. 시장에선 SK그룹 전체적으로 약 7조6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SK㈜나 SK텔레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각각 3347억원, 1조2961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탓에 증권가에선 SK텔레콤 지배구조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도 나온다. 중간지주회사 도입에 대한 연장선에서 향후 SK텔레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동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SK텔레콤은 지난 5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정한 바는 없다"며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2월28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경고'를 받으면서 오히려 '문재인정부의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투숙한 워커힐호텔이 SK그룹 계열사 SK네트웍스의 소유라는 점을 들어 "요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문재인 정권의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협조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 회장의 행보를 눈여겨 지켜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