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노이다 공장 준공식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전한 인도 매체.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이 1년여의 확장 공사를 끝내고 9일(현지시간) 준공식을 진행했다. 이번 공사에는 약 8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생산 시설이 대거 확충됐다. 이에 따라 노이다 공장은 규모 기준 세계 최대 휴대전화 공장으로 변신했다.

이번 공사로 삼성전자 인도 공장의 휴대전화 생산량은 기존 월 500만대에서 1000만대로 늘었으며, 냉장고 생산량도 월 10만대에서 20만대로 증가했다. 한국에 지어졌으면 더 좋았겠지만 중국의 뒤를 이어 무섭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이번 투자가 꼭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장 준공식에는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한다. 그만큼 이번 행사가 양국 경제협력 강화에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는 의미다. 그리고 또 한 명 중요한 인물이 준공식에 나타났는데,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나는 건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포착됐다. 이 부회장이 전 정권과의 관계를 벗고 현 정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해외 투자 기업의 현지 준공식에 대통령이 참석해 격려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과 한국 최고 기업 총수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참석이 삼성전자의 인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삼성전자의 인도 사업, 특히 휴대전화 사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엄청난 속도로 쫓아오는 중국의 경쟁자 때문이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이미 인도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22년 2억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다. 이런 시장을 중국에 뺏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노이다 공장 증설도 샤오미를 따라잡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 기존 공장만으로는 샤오미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물량을 뽑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삼성전자에는 호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를 표적으로 삼으면서 이들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중국 주요 스마트폰의 미국 판매도 막히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들 장비를 통해 미국의 첨단 기술을 빼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샤오미 주가도 미·중 무역전쟁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샤오미는 원래 상장 후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11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지만, 거래 첫날 시가총액은 500억달러에도 못 미쳤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샤오미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본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다시 인도 휴대전화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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