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연합뉴스

최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 문제가 시끄럽습니다. 선임이 유력하다고 알려졌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공모에서 탈락한 뒤 인선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곽태선 전 대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CIO 지원을 권유받았고 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내정 통보를 했다는 내용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장하성 실장이 권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선에 개입하지 않았고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CIO로 선임되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와 국민연금의 입장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장하성 실장의 인사 개입이 부적절하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곽태선 전 대표와 청와대·국민연금 양측의 진실 공방이 진행 중이니 누가 맞고 틀렸다는 문제를 따지는 것은 차치하겠습니다. 

다만 장하성 실장이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반대로 장하성 실장이 힘을 실어주려던 사람이 나서는 것은 어색하다는 생각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장하성 실장을 인사에 개입하려다 실패했으니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인가란 생각도 듭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 공모에서 CIO를 선임하지 못하면서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민연금 운용에 따라 적지 않은 국민의 노후가 흔들릴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CIO의 공백은 최소화해야 하고 연금을 잘 운용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앉아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곽태선 전 대표는 능력면에서는 국민연금 CIO에 적합한 분이었던 것은 맞는 듯합니다. 김성주 이사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질과 배경을 높이 평가했으니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곽태선 전 대표가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결격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CIO가 될 수 없었다고도 김성주 이사장은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병역과 관련됐다는 게 가장 많이 얘기되는 설입니다. 이번 정부는 병역기피와 세금탈루 등을 포함한 7대 기준에 해당하면 고위공직자 임용을 원천 배제하고 있습니다. 

김성주 이사장의 설명이 맞는다면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병역을 기피하라거나 세금을 탈루하라고는 하지 않았을 테니 장하성 실장에게 이번 CIO 선임 불발과 공백 장기화에 책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보다 성과 만능주의, 결과 지상주의에 빠져 자기관리를 부실하게 한 엘리트층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뛰어난 능력도 부족한 도덕성도 모두 본인이 수십 년의 삶을 살면서 쌓은 것인데 남 탓을 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최상층의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인생을 결과만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군사정권 시절에 보냈으니 도덕적 기준이 높지 못함을 마냥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와 공동체가 약속한 정당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시대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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