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제주도의 예멘 난민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가 난민 사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공세가 한창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도 난민 유입에 난색을 표할 정도다. 유럽은 그동안 난민에게 관용을 베푸는 듯했지만, 곳곳에서 부상한 포퓰리즘 세력의 반발로 분위기가 냉각됐다.

한국에서도 최근 먼 나라 얘기 같던 난민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비단 제주도에 모인 예멘인을 탓할 게 아니다. 난민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난민 사태는 이제 전 인류의 문제가 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달에 낸 보고서를 보자.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난민 수는 6850만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훨씬 많다. 1년 새 늘어난 난민은 162만 명. 전체 난민 수는 물론 지난해 늘어난 난민도 역대 최대다. 지구인 110명 가운데 한 명이 난민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매일 4만4500명이, 2초마다 지구인 1명이 난민이 됐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 수백 명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블룸버그는 최근 한국에서 한창인 난민 찬반 논란을 소개했다. 특히 반대세력의 ‘가짜난민’ 주장에 주목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옹호하는 것이, 그의 ‘가짜뉴스’ 주장처럼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을 ‘가짜난민’이라고 보는 게 눈에 띈 모양이다.

다음은 블룸버그가 전한 이향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사무국장의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진짜 애국자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말하고, 진짜 자기 국민을 1순위에 놓는다. 예멘인 같은 다른 이들을 생각할 게 아니라, 이게 바로 우리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들(예멘인)은 우리 국민에에게 위협일 뿐 아니라, 청년실업 문제 때문에 우리 미래 세대에도 위협이다. 그들은 진짜 난민이 아니다. 그들이 여성이나 아이라면 믿겠지만, 그들은 멀쩡한 몸을 가진 남자들이다. 그들은 가짜뉴스 같은 가짜다.”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비슷한 주장이 세계 곳곳에서 반난민 정서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야 말로 '가짜'이자, ‘신화’라고 비판한다. 현실은 어떨까. 유네스코는 언론이 전파하고 있는 ‘난민신화’를 다음과 같이 바로잡았다.

Q. 난민이란.

‘난민의 지위에 관한 국제 협약’은 난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

UNHCR은 박해나 전쟁, 폭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국을 탈출한 난민이 2540만 명, 이들을 포함한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은 6850만 명이라고 집계했다. 전체 난민의 68%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소말리아 등 5개국 출신이라고 한다.

Q. 난민 중엔 젊고 건강하고 돈이 많은 이들이 많다는데.

‘가짜난민’을 문제 삼는 이들은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이 사지가 멀쩡한 젊은 남성이 대부분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항공편으로 들어온 걸 문제 삼는다. 난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멀쩡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난민의 정의대로 신체건강 정도나 남녀노소, 빈부귀천 등은 난민 인정 여부와 무관하다. 더욱이 UNHCR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 가운데 75% 이상이 여성이나 어린이다. 유럽에 들어온 난민 중에서도 여성과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Q. 돈벌이를 위한 가장 이민이라는데.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당사자가 직면한 사태의 심각성과 실향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상당한 위험이 입증돼야 한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지난 1~5월 난민 신청을 한 이가 7737명이지만, 이 가운데 0.6%인 47명만 허가를 받았고 예멘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한국에서 일고 있는 난민 논란에 주목한 건 한국이 이처럼 난민에게 인색한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Q. 일자리가 난민에게 넘어간다는데.

난민으로 인정되면 지원을 받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난민 대부분은 받은 것 이상으로 그 사회에 기여한다. 영국, 캐나다, 독일,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난민을 많이 받은 나라에서 통계로 입증된 사실이다. 난민의 공공재정 기여도가 현지인 못지 않다는 것이다.

Q. 난민은 테러리스트라는데.

난민 중에 이슬람권이나 정정불안이 심한 나라 출신이 많아서 생긴 오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테러는 오히려 현지인이 일으킨 게 대부분이다.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국 대테러 기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UNHCR 고등판무관을 지낸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난민이 속출한 게 테러의 원인이 아니다”라며 “테러와 독재, 전쟁이 난민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Q. 잘 사는 나라는 인구가 많아 더 이상 난민을 받을 수 없다는데.

선진국에서는 고령화와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민에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꼽혔던 일본조차 최근 이민 문호를 넓히고 있을 정도다. 같은 맥락에서 난민은 ‘굴러 들어온 호박’일 수 있다. 한 나라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인구 수준을 유지하고 부족한 노동력을 메워주는 귀한 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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