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겨울을 재촉하는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연말 인사철 얼마나 많은 별들이 떨어질까. 올해는 별을 다는 숫자보다 떨어지는 숫자가 많다던데..

삼성 임원들은 이미 몇 십명한테 통보가 갔다는 얘기가 돕니다. 어제 문자를 받은 임원은 필자 또래 친구였습니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살아 남느냐, 죽느냐는 사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30일 국회에서 비준된 한.중 FTA에 대한 후폭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농어민지원상생기금 때문입니다. 비준 과정에서 야당이 제안한 '무역이득공유제'를 여당이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탄생된 겁니다.

한.중 FTA로 이문을 챙긴 산업부문에서 피해를 본 농어촌을 지원하자는 취지입니다. 덕본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좀 도와주잔 것이죠.

농어민지원상생기금은 매년 1000억 원씩 10년동안 조성해 1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강제로 뜯어내지 않겠다고 강조합니다. 절대적으로 '자발적 기부'이라고 몇차례 못 박았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자발적'이란 말이 곧이 곧대로 들릴까요. 기업들은 이 기금을 이미 준조세로 해석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 가입한 청년희망펀드에 이미 10대 기업이 100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조성에도 주요 기업이 수백억원을 부담했답니다. 한류 확산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미르'에도 삼성.현대차 등 16개 기업이 486억원을 출연했고요.

이미 '자발적'이란 의미를 기업들은 앞선 선례에서 잘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 준조세로 받아들이고 볼멘소리를 하는 겁니다.

아직 교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의 이문을 남길지도 모르는데, 내야 할 돈은 정해진 꼴입니다.

대부분 연구기관들이 내년 한국경제 성장율을 2%대로 전망합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살기'를 개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투자가 뒤따라야 겠죠.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남는 돈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재계 관계자는 "이럴 바엔 차라리 법인세를 올리는게 낫다"고 하네요. 한.중 FTA로 돈을 많이 벌게되면 이익을 내겠죠. 이익분에 대해선 법인세를 내고요. 그럼 되는거 아닌가요. 여기에 할당될(?) 기금까지 내야 한다면 이중과세 맞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 준비하기 바쁘신 나리들이 재계의 장탄식을 들어다볼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야.정이 만나 간단하게 담판 지은 상생기금의 상흔은 누가 어루만지나요.

겨울비가 우울합니다.

***詐不作은 거짓으로는 얻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글 사부작을 한자로 작문해본 겁니다. 우리 경제 주체 모두가 힘빼고 사부작사부작 내실있는 성장판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습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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