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잃고 음독자살 시도...고급외제차 등 비싼 이자에도 담보물 쌓여

#)하노이에서 세탁사업을 하고 있는 김대정씨(남,38세)에게 며칠전 직원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수중에 가진 돈 1000만동(한화 50만원)을 잃었으니 월급을 가불해 달라는 것이다. 하노이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400~500만동(한화 약 23만원)수준임을 감안하면 적은 돈이 아니였다. 

당장 직원의 생활이 걱정된 김씨는 월급을 가불해 주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돈을 잃어버린것이 아니라 월드컵 도박으로 날린 것을 알게 됐다.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독일에 걸었다가 수중의 돈을 몽땅 잃은 것. 축구경기나 스포츠도박의 열기를 알기에 적당한 선에서 생활비로 월급을 가불해 줬지만 직원은 다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전에 이 돈을 전부 걸었다.

호치민에서 월드컵 불법도박으로 전재산을 날린 남성2명이 음독자살을 기도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세계인의 축제라 불리는 월드컵이 베트남에서는 불법도박의 '광기'로 이어지고 있다. 
호치민에서는 월드컵 축구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자살을 시도한 남성 2명이 응급후송됐다. 살충제를 마셨는데 발빠른 조치덕에 생명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남성은 월드컵 도박으로 3억동(한화 약 1500만원)을 잃었다.

이같은 현상은 베트남 전역에서 일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월드컵으로 인해 전당포가 호황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당포의 대출이자가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2배 이상 올랐음에도 오토바이, 노트북, 휴대폰 등 고가의 담보물이 쌓이고 있다. 담보물을 쌓아둘 곳이 없을 정도로 전당포 특수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300만동(한화 약 15만원)이상을 빌릴 경우 월드컵 시작전에는 하루 이자가 2000동(한화 약 100원, 연 73%)이었지만 월드컵 시작후에는 4000동(한화 약 200원, 연 146%)으로 두배가 올랐다.

호치민 빈탄지역의 전당포에는 담보물로 맡겨진 오토바이로 발디딜 틈이 없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호치민 빈탄지역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투엔씨는 "경기가 끝나면 많은 젊은이들이 전당포에 몰려들고 있는데 손님이 기다리지 않도록 더 많은 직원들을 동원해야 했다. 월드컵이 시작되고 10여일이 지난 지금 맡겨진 오토바이 수가 30대가 넘어가면서 더이상 보관해 둘 곳이 없다"고 말했다.

매물이 넘치다 보니 담보물도 점점 고가가 아니면 대출하기도 어려운 웃지못할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전당포에서는 BMW, 벤츠, 렉서스 같은 차량을 맡기고 돈을 발려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전당포에서 자동차를 담보할때 대출금액은 자동차 거래시세의 80%수준이지만, 현재 월드컵 성수기에는 50%에 불과하다.

빈탄 디스트릭스의 전당포 주인 투응아씨는 "자동차의 경우 서류와 신분증을 받고 있다. 고객은 보통 거래시세의 50%이상은 대출이 어렵고, 대출기간은 1개월로 제한된다. 이 기간이 넘으면 상점들은 담보물을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호치민시 7번 탄 흥 지역에 있는 유명한 전당포 주인인 루 호앙씨는 "거의 10년동안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다. 시즌의 절반이 지나간 시점에서 일부 도박꾼들은 빌라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나온다. 이제는 고급차가 담보물로 나오는 것은 희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에서는 도박이 최고 10년 징역형을 받을수 있는 중대 범죄다. 하지만 워낙 음성적으로 벌어지는 도박이 성행하다 보니 베트남 국회는 최근 해외 축구경기에 대해 스포츠 베팅 사업 법안을 승인했다. 내년부터 도박을 합법화 하겠다는 의미로 지하에 숨은 돈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국가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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