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지정학적 리스크프리미엄 줄어 신뢰도 높아져"

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중 한 곳인 북한의 경제를 재건하는 비용이 수 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놀라울 것이 없다. 하지만 남한이 북한 개발에 얼마나 투자해 얼마나 헤택을 입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북한의 개방과 경제재건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쉽지도 저렴하지도 않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접근성만 높이면 남한 경제는 비용보다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낙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씨티는 북한의 운송과 에너지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재건하기 위한 비용이 631억달러(약70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욱 씨티 애널리스트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철도, 도로, 공항, 항만, 발전소, 광산, 정유시설, 가스관과 같은 인프라를 다시 세우려면 631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28개 철도 프로젝트에 241억달러, 33개 도로 프로젝트에 228억달러, 16개 발전소 프로젝트에 100억달러 등이 필요하며, 즉각적 재건 비용으로 116억달러가 들 것이라고 김 애널리스트는 예상했다. 

하지만 북한이 약속처럼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로 진출하면 인프라 투자를 위한 해외 자본시장 접근성이 커진다. 그러면 국경이 맞닿은 남한은 단기적 수혜를 입어 장기적 통일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씨티는 평가했다. 물론 남한이 북한 재건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그렇게 막대하지 않다고 씨티는 인정했다. 그러나 북한에 어떤 식으로든지 외부 투자금이 유입되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씨티는 강조했다.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프로젝트들을 1년 안에 실행하면 남한 기업들이 대거 북한과 관계를 시작할 것이다. 이에 따라 남한의 경제성장률은 0.07%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효과를 보는 데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결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급격하게 떨어져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관점에서 북한의 경제개방은 "코스피 밸류에이션과 기업 어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씨티는 예상했다. 북한의 일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남한의 66% 수준으로 올라서면 남한 기업들이 의미있는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일 20년 후 북한 경제가 남한경제의 2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UBS는 북한의 고학력 인력과 풍부한 자원을 보면 통일 이후 외국인 투자가 밀려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천연자원 시장가치는 북한 GDP의 225배에 달한다고 UBS는 추산했다.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만 계속되도 북한의 1인당 GDP는 향후 20년 최소 8.3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11.2~17.4%가 될 것이라고 UBS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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