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기구(OPEC)가 지난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총회를 통해 증산에 합의했지만 국제유가는 되레 5% 가까이 급등했다. 일평균 증산규모는 60만배럴 수준으로 시장의 예상(100만배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증산을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대도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증산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결국 미국이 이란 제재를 앞두고 러시아를 압박해 증산을 요청할 수 있다고 CNBC방송은 전망했다. 

릭 페리 미국 에너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가스컨퍼런스'에서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과 만나 이 같은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CNBC는 예상했다.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면서 양국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지만, 증산 확대는 공동의 관심사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주 비OPEC 산유국으로 회의에 참석하면서 원래 일평균 150만배럴 증산을 원했던 것으로 전했다. 페리 미 에너지 장관 역시 이번 OPEC 결정에 대해 원유 부족분을 만회하기에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일단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 연말 시장에서 일평균 공급량 50만배럴이 부족해진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 역시 증산하고 싶어도 여력이 없다. 지난 5월 기준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50만배럴 부족하다. 리비아 역시 내전으로 인해 2대 수출항만이 공격을 받으면서 6월 기준 원유수출량이 45만배럴 줄었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창립자는 "미국 에너지 장관이 러시아에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비약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요청이 다소 이례적이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악화를 고려하면 이상할 수 있다고 킬더프도 인정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지난주 OPEC 총회에서 동맹국인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통해 이란이 증산에 동의할 것을 설득했다고 CNBC방송은 평가했다.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코헨 원자재리서치 본부장은 "러시아가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이란과 이란의 숙적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증산요청을 받아 들이면서 제재 완화라는 당근을 챙길 수 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원자재리서치 글로벌 본부장은 노박이 빈에서 미국을 많이 지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재 완화를 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과 러시아 에너지장관의 만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전초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CNBC방송은 분석했다. 코헨 바클레이즈 본부장은 미.러 에너지 장관들이 원유 시장과 지난주 증산합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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