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조달 비용에 인건비랑 전산 비용도 들어가고 고객 신용이랑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 데 이게 너무 복잡하고 건별로 천차만별이라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저도 10년 넘게 은행에 있었지만 딱 떨어지게 얘기하기가 참 힘들어요. 거기에 영업비밀 부분도 좀 있어서...." 

대출금리 산출에 대한 은행원의 대답입니다. 십수 명의 대답은 대동소이합니다. 한마디로 '나도 잘 모른다'. 기자란 명함을 달고 물어도 고객의 입장에서 물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대답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상대를 곤란하게 하면서까지 알아야 할 것은 아니다 싶어 수년간 그냥 지냈습니다. 그러다 최근 '잘 모른다'는 대답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모른다'는 말로 답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9개 은행을 점검한 결과 3개 은행에서 부당하게 높은 대출금리를 부과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출금리는 조달 비용 등이 포함돼 시장에서 결정되는 기준금리와 개별은행이 산출하는 가산금리로 결정되는 데 가산금리를 높여 받은 사례가 1만건 이상 발견된 것입니다. 

가산금리는 ▲인건비와 전산 비용 등 업무원가와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른 손실을 반영한 위험프리미엄 ▲은행이 목표로 하는 마진을 맞추기 위한 이익률 ▲영업점장 등이 조정하는 금리 등을 고려해 산출됩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출 창구에서 대출자의 소득이나 담보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거나 적게 입력해 가산금리를 더 받았고 직원이 전산으로 계산돼 나온 금리가 아니라 받을 수 있는 최고 금리를 적용했습니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기존에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많기도 한데다 창구 직원의 마음속을 모르니 아무리 은행원으로 십수 년을 지내도 가산금리에 대한 명쾌한 답을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A 지점 김모 직원은 고객의 소득을 절반만 입력할지 B 지점 차장이 전산을 무시하고 최고 금리를 적용할지 아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잘 모른다'는 말 앞은 '엿장수 마음이니 잘 모른다'는 것의 줄임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금감원이 발견한 가산금리 덤터기 행태가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아직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은행 전체가 고의로 대출자에게 이자를 더 받았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습니다.

아니라면 곧 밝혀지고 은행을 향한 부정적 시선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의 실수나 일탈로 보기에는 적발된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일부만 점검해서 1만건이 넘었으니 전수 조사를 하면 그 숫자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게 상식적입니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내지 고의로 보는 것도 상식입니다.

아주 확률이 낮아 보이지만 만약 일부 직원의 실수나 일탈로 결론이 나더라도 책임은 은행이 함께 져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 더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부당하게 받은 돈 환급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식비를 부당하게 더 받은 식당 주인이 "제 기분이 더 받고 싶어서 그랬는데 돈 돌려줄 테니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면 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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