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 연합뉴스

"회사 생활하면서 별은 한번 달아봐야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임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임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인 최고경영자(CEO)는 특히 그렇습니다. 훌쩍 오르는 연봉. 개인 사무실과 차량 등 소수만 누릴 수 있는 편의. 업무 주도권과 명예. CEO를 포함한 임원에게만 허락된 권리입니다.

CEO와 임원은 특별한 권리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이 따라오는 자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도 부서나 회사의 성과가 부족하거나 사고가 생기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마도 임원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일부 사람이 있다면 이런 이유일 것 같습니다.

10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과 여러 가지 특별한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서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CEO 자리가 있다면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입니다.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는 꿈에서나 있을 법한 CEO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아마도 KB금융과 하나금융의 회장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검찰은 지난 17일  채용비리와 관련해 38명을 업무방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여기에는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4명의 전현직 은행장이 포함됐습니다. 국민은행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기소를 피했습니다.

검찰이 김 회장과 윤 회장이 채용비리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했지만 두 사람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채용비리 관련 조사 후 2013년 하나은행 공채에서 최종 합격한 지원자의 추천인이 김○○(회)이고 (회)는 통상 회장이나 회장실을 뜻한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지주의 인사부서장 청탁을 은행 실무자가 김 회장의 청탁으로 오해해서 생긴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윤 회장 누나의 손녀가 합격할 때 점수 조작 등 특혜가 있었다고 밝혔고 KB금융은 "합격한 것은 맞지만 윤 회장의 개입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는지 두 사람의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 수없이 등장했던 예시 중 하나가 '조폭 논리'였습니다.

여기에는 조직의 보스와 그가 싫어하는 A, 행동대장이 등장합니다. A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보스의 평소 심기를 알고 있는 행동대장이 A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면 보스의 직접적인 지시가 없었더라도 폭력행위에 대한 암묵적 지시 또는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당연히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굳이 이런 논리가 아니라도 회사 내에서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려운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면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았거나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책임을 져야하는 게 수장의 도리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법적인 책임을 피하더라도 말입니다.

조직적 비리를 몰랐다는 것은 무능함을 증명하는 일이니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유지하기에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 있는 행동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진정성 있는 사과나 변화에 대한 다짐 내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내놓는 게 보통입니다. 

상식의 눈으로 보자면 김 회장과 윤 회장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수장으로써 책임감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두 사람은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지키면서 10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과 여러 편의를 누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두 사람이 계속 자리를 지키면 아마도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영성과는 상당히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회사의 중대한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없이 넘어갈 수 있고 고액 연봉을 비롯한 여러 혜택은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 직원들의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닐 테니 말입니다.

임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회장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부행장이나 행장에 머물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KB금융과 하나금융 임직원 모두가 회장이란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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