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 우선주의 때문에 동아시아 외교관계 재설정"

중국이 과거사 문제를 뒤로 하고 일본과 경제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와의 무역전쟁 기치를 드높이면서 공동의 적이 생겼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그 동안 트럼프에 기댔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마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돌아서는 모습이다.

◇ 트럼프, 2000억달러 중국산 10% 추가관세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또 다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추가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새로운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중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결정에 따른 대응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주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을 이유로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이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같은 규모에 같은 관세를 매기며 보복 조치를 확인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중국 뿐 아니라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기존의 동맹에 대해서도 무역불균형을 지적하며 전방위적인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통해 수입품이 미국을 위협한다며 세계 각국과 관계를 재설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인 일본마저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외교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글로벌 무역전쟁에 매진하는 사이 일본이 중국을 동맹으로 여기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달 리커창 중국 총리가 일본을 방문할 당시 아베 일본 총리는 "일본과 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높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 "日·中, 트럼프 헤지 필요"

실제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 일본은 서로를 향한 공격적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몇 년 동안 적대적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그 동안 일본은 중국에 대해 무력으로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중국은 일본에 대해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고 강력한 자위대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최근 방일 기간 동안 일본이 수출의 전초기지인 중국을 보완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미국과 같은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회계연도 동안 중국에 수출한 물량은 1370억달러로 대부분은 중국 공장에서 사용되는 하이테크 전자제품과 반도체였다. 따라서 트럼프가 중국산 최첨단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면 일본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일본과 같은 시장으로 투자 다변화가 필요하다. 시로 암스트롱 호주국립대학교 교수는 WSJ에 미국이 사라진 글로벌 자유무역시스템에서 중국과 일본은 서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아시아와 글로벌 경제는 그동안 미국 리더십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제 아시아가 일어나 스스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은 트럼프를 헤지(hedge, 회피)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