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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금융夢]금융권 채용, 사람이 먼저다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8.06.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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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이 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2018.6.1/사진:연합뉴스

요즘 금융권 채용이란 말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비리'란 말이 연관 검색어로 따라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쟁률과 일정 등이란 단어가 따라붙었는데 말입니다. 그만큼 금융권의 채용 비리가 심각한 상태란 의미로 해석됩니다.

근래의 상황을 보면 심각하게 인식 하지 않을 수 없기는 합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고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회장,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등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신한은행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은행과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는 모두 채용비리에 엮여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었습니다. 은행권 정규 신입 공채에 필시 시험을 도입하고 서류와 필기, 면접 등 공채 전형 중 한개 이상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입니다. 선발 기준과 관련 없는 지원자 개인정보를 점수화하지 않고 면접관에게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도 도입하도록 했습니다. 감사부서나 내부통제부서가 채용 관리 원칙과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청탁 등 부정행위 신고가 들어오면 처리토록 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모범 규준 도입이 무슨 의미와 소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최근 불거진 채용 비리가 필기시험이 없어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아서 개인 정보를 면접관이 알아서 내부통제부서가 채용 절차를 들여다보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는 인식이라면 틀렸습니다. 모범 규준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채용에 관계된 일부가 이미 있는 정당한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비리가 만연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은행연합회와 금융권이 내놓은 모범규준은 투통에 배탈약을 처방해 준 것과도 같은 꼴입니다. 특히 필기시험과 외부전문가 참여는 명확한 점수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란 명분을 내세워 나중에 문제가 있을 때 상황을 모면하려는 면피용으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필기시험을 당락의 결정적 기준으로 삼기 어렵고 최종 선발에서 외부전문가의 영향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필기시험이 절대적 기준이 되고 외부전문가의 영향력이 채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쳐도 문제입니다. 필기시험은 다양한 역량을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고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외부인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잘 골라내기는 어렵습니다.

회사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 말입니다. 한 예로 수년 전 유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국내에서 연예제작자로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양현석과 박진영이 함께 출연했습니다. 당시 두 사람은 오디션 참가자에 대한 평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때는 대립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서로 추구하고 선호하는 바가 달라서입니다. 만약 두 사람이 외부 전문가로써 서로의 회사에 연습생을 선발해 준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너무 뻔합니다. 연습생은 연습생대로 고생만하고 회사는 허튼 비용만 쓰고 아무런 결과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외부전문가를 참여 시키려는 것이라면 은행연합회가 전체 은행에 필요한 인원을 일괄 선발하고 각 은행이 제비뽑기로 데려가는 방식이 더 낫습니다. 필기시험과 외부전문가 참여로 금융권 채용 과정이 어차피 표준화될 테니 말입니다.

이런 방식을 도입할 게 아니라면 불필요한 모범 규준을 마련하기에 앞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오는 물리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채용이 특정 임원 등 한 개인에게 주어진 사적 권력이 아니라 회사와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권한으로 인식하고 심리적 쇄신도 필요합니다.

그런 후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인재를 선발한다면 누구도 채용 절차를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채용 비리 문제는 해결될 수 없고 비리의 온상이란 불명예도 지울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최순실이 법의 심판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고 만약 심판이 이뤄지고 제2의 최순실은 없다고 공언했더라도 의심이 생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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