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신임 사장 / 사진제공: 대우건설

대우건설 신임 사장으로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확정됐다. 대우건설 사장 임명을 반대했던 한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가 김 내정자와 면담한 뒤 태도를 바꾼 게 컸다. 김 신임 사장은 노조로부터 신뢰를 얻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대우건설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 ‘소통王’ 김형..노조 마음 풀었다

대우건설은 8일 오후 3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에 이어 두 번째 외부 출신인 김 신임 사장이 향후 3년간 대우건설을 이끌게 됐다. 김형 사장은 오는 11일 오후 2시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앞서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자 노조는 결격사유가 있다며 반대했다. 김 내정자가 지난 2004년 현대건설에 재직할 때 공직자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구속된 이력이 있다며 자진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2011년 삼성물산 부사장일 때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던 호주 프로젝트 수행 담당자였다는 사실과 서울지하철 9호선 싱크홀 사건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이에 사추위 측은 뇌물공여 사건은 무혐의로 인정됐고 1조원의 손실을 유발한 호주 로이드힐 프로젝트도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하철 9호선 싱크홀 발생사고 책임자라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노조는 재반박하면서 진실공방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자진사퇴와 내정자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반발이 격해지자 김 내정자는 지난 4일 노조 집행부와 대화를 요청했다. 집행부가 이를 받아들여 다음날 서울 모처에서 면담이 이뤄졌다. 김 내정자는 집행부와의 면담에서 향후 회사 경영 방침과 비전 등을 설명하고 본인에 대한 외혹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이후 노조는 입장을 바꿨다. 사전에 계획된 사장 선임 반대 결의대회와 임시주총 무산 등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7일 입장문을 통해 “김형 신임 사장 후보자와 가진 공식 면담에서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사항은 후보자의 해명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면서 “사전에 계획했던 결의대회와 조합원 대회 개최를 통한 임시 주주총회 무산 등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앞서 제기했던 의혹이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사실여부 확인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추후 확인되지 못한 사건사고나 도덕적인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조건부 승인을 달았던 바 있다.

◇ 김형 신임 사장 앞에 놓인 숙제는

적잖이 생채기를 입긴 했지만 원만히 선임에까지 다다른 김형 신임 사장의 최우선 과제는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찾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음에도 제대로 된 인수자를 만나지 못했다. 올 초에는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에 매각될 뻔했지만 호반건설 측이 해외사업 부실을 이유로 막판에 발을 빼 불발됐다.

호반건설이 인수 포기의 이유로 거론한 모로코 사피 현장 부실에 대해 대우건설은 “앞으로 손실 가능성이 적은 데다 언론에 보도된 미수금 7000억원은 근거 없는 오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새 주인 찾기와 몸값 높이기에 주력해야 하는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흠이다.

논란을 뚫고 사장에 선임될 경우 김 후보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여기에 있다. 매각작업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몫이지만 대우건설이 업계 3위 건설사에 걸맞은 견고한 실적을 내 몸값을 높이려면 김 후보의 경영능력 발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에 따라 6000원대에 머무른 주가 역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6528억원, 영업이익 182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주택건축사업(1조5251억원)이 57.5%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플랜트사업(6226억원) 23.5% △토목사업(4037억원) 15.2% △연결종속기업(983억원) 3.8% 등이다. 김 신임 사장은 대우건설이 보유한 주택사업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는 동시에 나머지 사업부분의 경쟁력도 키워 균형감 있는 매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줄어드는 수주 잔고도 걱정거리다. 지난 2015년 40조2426억원이던 대우건설의 수주 잔고는 2016년 34조9031억원, 2017년 30조3744조원으로 줄고 있다. 신규수주는 2015년 13조736억원에서 2016년 9조7972억원으로 줄었다가 2017년 10조151억원으로 소폭 회복됐다.

반복되는 해외현장의 원가율 급등으로 수익성이 위협받는 점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2016년 4분기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카타르 등 해외 현장 원가율 조정을 이유로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에는 카타르 도로공사를 이유로, 같은 해 4분기에는 모로코 발전소를 이유로 큰 폭의 손실을 신고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수주잔고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해외 부문 원가율도 고르지 못하다"면서 "성장성 확보, 이익 신뢰도 회복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대우건설의 현재 고민은 수주잔고 감소"라며 "타사와 같이 수주증가로 매출증가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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