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찰 1차 관문에서 롯데면세점이 탈락했다. 선정된 사업자 후보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다.

규모가 가장 작고 사업 노하우가 적은 두산을 제외할 경우 국내 면세업계 1위 업체인 롯데가 떨어질 요소는 많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도 철수했다가 다시 참여했다는 점이 '괘씸죄'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많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1일 롯데·신라·신세계·두산 등 4개 업체가 제출한 사업제안서와 입찰 가격을 평가한 결과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1과 DF5 면세사업권 사업자 복수 후보로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입찰을 진행한 곳은 향수·화장품(DF1)과 탑승동 전 품목(DF8)을 묶은 사업권(DF1)과 피혁·패션(DF5)사업권이다. 이를 한 업체가 모두 따낼 경우 국내 면세업계 시장 점유율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내 매출액 기준으로 면세업계 시장점유율은 롯데 41.9%, 신라 23.9%, 신세계 12.7% 정도다. 이번에 입찰 대상이 된 인천공항 사업권의 매출액은 약 9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액의 6.4%다. 매출로만 따지면 약 1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효과다.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면세점은 점유율이 30%대로 내려앉게됐다. 신라면세점이 가져가면 1위 롯데면세점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고, 신세계면세점이 입찰에 성공하면 2위인 신라면세점을 바짝 따라갈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입찰에서 롯데가 떨어진 것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면세업계에서는 '신뢰도' 부문에서 결과가 엇갈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입찰은 지난 2월 롯데면세점이 면세점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진행됐다.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가 다시 입찰에 참여한 것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사업 중도에 사업을 포기한 업체들에게 감점을 주는 항목을 신설해 이번 심사에 적용했다.

그런데도 롯데는 당당히 입찰에 참여했다. 가격에 대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정 금액 이하로 경쟁에서 이길 경우 위약금을 포함하더라도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롯데면세점 입장에서는 기존에 체결한 4조1000억원짜리 계약을 절반 수준으로 깎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지불하기로 했던 돈은 연 8000억원 수준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두 개 구역의 최소보장 금액은 총 2000억원에 불과하다. 롯데면세점 입장에서는 참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입찰이 남아 있어서 점수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도 포기가 영향이 없을 수 없었을 것"며 "이미 이번 입찰에서 감점 항목에 포함된 것으로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결정적 탈락 요인이 아닐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세계 역시 롯데처럼 공항면세점 사업을 중도 포기한 전력이 있다. 감점 요인이 같다는 의미다. 결국 가격에서 희비가 엇갈렸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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