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부동산 재테크하면 대체로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을 떠올린다. 평소 회사일에 바쁜 직장인들은 여느 전문가처럼 재테크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하기 쉬운 부동산 투자는 바로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이다. 내 집을 장만하는 과정에서 꼭 기억해야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택시운전사가 아는 아파트를 사라

주식시장에서 블루칩은 재무구조가 튼실한 대형 우량주를 뜻한다.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이 높은 주식으로, 중소형 개별주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아파트시장의 블루칩이 되기 위해서는 주거 여건이 좋은 곳, 이른바 주거 프리미엄이 높은 곳이어야 한다.

어떤 부동산이든 블루칩의 제1조건은 교통이다. 이 가운데 지하철(전철) 근접성은 필수적이다. 대도시의 생활이 주로 지하철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역세권은 젊은층 뿐만 아니라 은퇴계층에게도 주거지 선택에서 빠트리지 말아야 할 핵심 요소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지하철 무임승차가 가능해 편리하게 병원이나 도서관, 볼거리를 찾아 이동할 수 있어서다. 역마다 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나이 들어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생리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최근 한낮에 신분당선을 타봤더니 샐러리맨이나 주부들 사이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자들이 의외로 많이 눈에 띄었다. 전체 승객 중 20~30%는 되어 보였다. 무임승차의 끌림,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부자나 빈자나 느끼는 공짜의 마력은 같다. 지하철 무임승차 인구가 늘어나면서 도시의 상권까지 바뀔 정도로 위력적이다. 미래에도 지하철은 고령자들이 애용하는 매력적인 이동수단이 될 것 같다. 따라서 역세권같이 교통여건이 좋은 도심 주택은 고령사회에서도 수요가 쉽게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되팔 때도 잘 팔리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블루칩 부동산의 또 다른 조건은 평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지는 접근성이 좋아 살기도 좋다. 나이 들어 지팡이를 짚고 움직일 때를 생각하면 주거지를 고를 때 평지가 낫다. 여기에다 우수한 교육여건, 숲이나 강 조망권,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등을 갖추고 있으면 주거지로서 최상의 입지다.

블루칩 부동산 설명이 좀 복잡한가. 좀 더 쉽게 말하면 적어도 택시운전사가 알아야 블루칩 부동산의 대열에 오를 수 있다. 택시운전사가 모르는 아파트는 지역적으로 외지거나 나홀로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다. 해외 동포나 중국인들이 사는 아파트도 블루칩에 속한다. 외국인이 한국 아파트를 살 때에는 해당 지역에 잘 알려진 랜드마크를 사려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살 때 대체로 삼성전자를 많이 사는 것처럼 말이다. 대형 우량주로 위험성이 그만큼 덜하기 때문이다. 옛말에 ‘잘 모르면 대로변 땅을 사라’는 논리와 같다.

다만 연예인이 사는 동네는 모두 블루칩 동네는 아닌 것 같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너무 많은 데다 부의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외곽지역이나 서민동네에 소박하게 사는 연예인이 의외로 많다. 연예인 따라하기 투자는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퇴직 전에는 수익형부동산보다는 아파트가 좋다

일반적으로 불황이 오면 틈새상품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뭔가 불황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틈새상품은 오히려 불황기에 취약한 상품이다. 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평상시에는 몸통(메인상품)과 곁가지(틈새상품)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뭄이 한두달 아니라 3년 이상 오래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몸통은 끄떡없지만 곁가지는 말라 비틀어져 결국 부러진다. 틈새상품은 주류시장이 아니라 비주류시장에 속한다. 비주류시장은 수요자가 많지 않아 거래가 뜸하다.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다. 과거 한때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수익형 펜션, 테마형 쇼핑몰,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부동산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어졌다.

틈새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드물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은 거래를 먹고 사는 유기체다. 중개업자가 드물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 활발하지 않아 거래로 먹고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틈새시장에서는 중간에 손절매를 하고 싶어도 살 사람이 드물고 중개할 사람도 없어 뜻을 이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하나, 틈새상품의 단점은 용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령 옷가게 중심의 테마형 쇼핑몰이 임대가 되지 않을 경우 주인이 직접 나서 직접 옷 장사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활발하게 분양하는 또 다른 틈새상품인 분양형 호텔의 미래는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수익 약정기간에는 수익률이 높더라도 그 이후에는 수익을 보장할 수 없으며 매각 또한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임대수익을 약정하는 업체가 공공기관이 아니라 중소규모 시행사라는 것도 체크해야 할 것이다. ‘월 000만원 보장’, ‘연금처럼 꼬박꼬박’, ‘평생 수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마치 장기간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뻥튀기식 광고를 하는 곳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다면,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틈새상품보다는 메인상품이 낫다. 남들이 많이 사고파는 메인상품인 아파트가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아파트는 여의치 않으면 임대할 수 있고 나중에 되팔기도 좋다. 강조하건대 직장인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퇴직 전에는 부동산은 아파트만 고집하는 것이 좋다. 수익용부동산으로 꼽히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은 퇴직 이후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입지가 신축을 누른다

요즘 신축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소득 증가로 주거 기대 수준이 덩달아 올라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아파트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외곽의 새 아파트를 살 것인가, 아니면 조금 낡았더라도 도심에 기존 아파트를 살 것인가 고민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선택은 쉽지 않다. 미래보다는 현재가치를 즐길 것인가, 미래를 위해 현재가치를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순수한 자산관리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중·단기적으로 신축(새 건물)이 입지(땅)를 누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입지가 신축을 누른다. 부동산은 장기적으로는 땅값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콘크리트 건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되면서 사라진다. 부동산에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방어 효과는 건물이 아니라 땅이다. 그런 측면에서 외곽에 있는 고층 건물의 화려한 외관에 현혹되어 덜컥 사는 것은 위험하다. 이같은 부동산은 건물가액이 토지가액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간이 갈수록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외곽에 건물을 사더라도 사거리 같은 교통요지에 땅은 넓고 층수가 너무 높지 않은 중·저층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첫 집 장만하는 방법

아파트 역시 출퇴근 거리를 고려해 좀 낡았더라도 직장근처의 작은 아파트를 고르는 게 낫지 않을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감안하면 새 아파트보다는 준공 10년 안팎의 중고아파트가 더 실속이 있다는 생각이다. 낡은 아파트는 바퀴벌레가 나와 싫다구? 요즘은 약효가 뛰어난 바퀴벌레 퇴치약이 많이 나오므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대중교통 수단으로 출근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삶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한다. 소득이 높은 직장인일수록 통근비를 아끼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통근을 하느라 쏟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회사 근처 주택을 마련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다. ‘통근자의 역설’이라는 말을 아는가. 거주지를 선택할 때 통근 시의 고역을 과소평가한 채 언덕 위의 하얀 집을 그리워하는 것을 말한다. 샐러리맨은 돈을 집이 아닌 회사에서 번다. 아마도 평생 벌어들이는 월급이 집값 상승분보다 높을 것이다. 그러니 ‘삶의 터전’인 회사에 충실할 수 있는 곳에 집을 구하라.

경험적으로 볼 때 젊은 직장인이라면 출퇴근이 편리한 도심 역세권 선호 주거지역을 고르는 게 먼저다. 문제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선호 주거지역에서 여러 후보 주택을 스크린 한 뒤 이 가운데 돈에 맞춰 최대한 저렴한 집을 찾는 것이다. 요컨대 바쁜 샐러리맨이 한정된 자산에서 처음 집을 구하려면 ‘직장 1시간 이내 거리→역세권→싼 집’ 등의 순서로 적당한 곳을 찾는 게 현명한 것 같다. 좋은 입지는 나중에 재산적 가치도 뛰어날 것이다.

오전에 팔면 오후에 사라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집을 옮길 때 굳이 타이밍을 재지 않았다. 가령 인천에서 수원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자. 대부분 아버지들은 인천 집을 팔았으면 매도 계약금을 받아 곧바로 수원 집을 계약했다. 인천 집값이 오를 것 같아 나중에 팔기 위해 세를 들이는 일은 흔치 않았다. 집을 재테크로 생각하는 관념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요즘도 실거주 용도의 집 한 채에 대해서는 아버지들의 집 갈아타기 방식은 유효하다. 집을 사고팔 때 너무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가령 오전 10시에 매도 계약금을 받았다면 당일 오후 4시 매수 계약금을 지급한다고 생각하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집을 판 뒤 늦어도 열흘을 넘기지 않고 집을 다시 사는 게 좋다. 벽돌을 빼냈으면 더 늦기 전에 다시 끼워 넣는 것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집 한 채 가지고 장난을 치지 마라.

선매도 후매수 원칙을 지켜라

집 한 채 거래할 때 반드시 팔고 난 뒤 사는 게 좋다. 이른바 ‘선매도 후매수’ 원칙이다, 위를 비워야 음식을 채울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물론 새 집을 산 뒤 기존 집을 3년 이내에 팔면 일시적인 1가구 2주택자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선매수 후매도는 수익이 클 수는 있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살던 집을 한번 전세 놓으면 또 매각이 여의치 않다. 일이 꼬이면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새로 산 집을 다시 되팔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특히 같은 아파트 내에서 옮기는 것은 그나마 낫지만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길 때는 반드시 먼저 팔고 새 집을 사야 한다. 그러니 모든 일은 순리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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