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車보험료 상승 여파 커..해외진출 잰걸음

작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던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에는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생명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을 앞두고 부채 부담이 적은 보장성 보험에 주력하면서 수익이 줄었다.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실적이 하락세다. 보험사들은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해외시장 진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 IFRS17 도입 대비..생보사 순익 내리막

금융감독원은 24개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에 1조2324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생보사들은 보험영업에서 5조6733억원 손실을 냈고, 투자영업의 이익 5조9722억원으로 이를 메웠다. 이 밖에 영업외이익이 1조3442억원, 법인세비용이 4107억원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3416억원(21.7%) 감소했다. 보험영업손실이 5664억원 늘고, 투자영업이익은 623억원 줄어 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3개 대형사(7245억원)와 8개 외국계 생보사(2839억원)의 순익은 각각 2667억원(26.9%), 1082억원(27.6%)씩 줄었다. 6개 중소형사(1452억원)와 7개 은행계 생보사(788억원)의 순이익은 각각 283억원(24.3%)과 49억원(6.6%) 증가했다. 여전히 대형사가 시장의 58.8%를 차지한 가운데 외국계 23.0%, 중소형 11.8%, 은행계 6.4%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1분기 수입보험료는 26조11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4860억원(8.7%) 감소했다. 보장성이 39.4%, 저축성이 33.0%, 변액이 19.3%, 퇴직연금·보험이 8.3%다. 2011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저축성 수입보험료가 보장성보다 적었다. IFRS17 등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해 생보사들이 저축성 상품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 판매를 늘린 결과다. 금감원은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가 2조7000억원 줄었고,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 등으로 지급보험금이 1조9000억원 늘어난 게 보험영업 손실의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車보험료 손해률 상승..손보사 ‘울상’

손해보험사의 1분기 수익성도 대폭 악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손보 상위 5개사 당기순이익은 6448억원으로 전년(9638억원) 대비 3150억원, 32% 감소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 순이익은 지난 1분기 3011억원으로 전년도 5030억원에서 40.1% 고꾸라졌다. DB손해보험도 전년도 1593억원에 1102억원으로 1분기 순이익이 30.8% 줄었다. 현대해상은 1분기 1060억원으로 전년도 1155억원 대비 8%, KB손해보험은 949억원으로 전년도 968억원보다 1%, 메리츠화재는 전년도 888억원에서 631억원으로 28%로 줄줄이 하락했다.

손보업계의 수익성 하락은 계절적 요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간 것이 대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는 예상 밖 한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1분기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6.4%에서 81.4%로, DB손해보험은 77.5%에서 85.4%로, 현대해상은 77.8%에서 80.4%로, 메리츠화재는 77.3%에서 78.8%로 높아졌다. 치아보험 상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독립법인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는 등 지난 1분기 판매 확대에 열을 올린 탓도 있다.

실제로 이 기간 손해보험사의 사업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위 5개 손보사 지난 1분기 사업비는 2조964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 2298억원 늘었다. 이중 메리츠화재 사업비 증가율이 가장 컸다. 메리츠화재 1분기 사업비는 전년도 대비 990억원, 31% 늘어난 4130억원을 집행해 증가폭이 가장 컸다. 현대해상은 11.1%(615억원), KB손해보험은 9.5%(412억원), DB손해보험은 7.5%(394억원), 삼성화재는 1.3%(116억원) 증가했다.

◇ 보험업계, 중국·베트남 공략 박차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 보험업계 내부에서는 신성장동력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 앞서 보험사들은 2000년 말부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바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 국내 대형사들은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적자폭이 크게 줄면서 해외점포가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보험영업 실적 개선으로 적자가 축소된 데다 투자영업이익이 2억3720만달러로 25.2%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회사의 해외점포는 42개(현지법인 32개, 지점 10개)로 나타났다. 작년과 비교해 2개 불어났다. 해외진출에 나서는 10개 보험사는 생보사가 3곳, 손보사가 7곳이다. 해외점포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88억8600만달러로 2016년 말 대비 16억1200만달러(22.2%) 올랐다. 지난해 손익은 2320만달러 순손실로 전년 대비 4710만달러 감소했다.

해외점포 실적 개선 추이 속에서 보험사들은 아시아 신흥국 보험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중국시장은 순익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자산규모에서는 55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억5500만달러 증가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가처분 소득이 늘면서 소비가 활성화하고 있는 베트남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시장이다. 베트남은 국민 보험가입률이 5%대에 그쳐 잠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입률이 5%라는 것은 95%의 잠재가입률을 보유했다는 뜻”이라면서 “베트남을 비롯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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