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경기 여건 받쳐주지 않아..美 금리인상은 부담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할 전망이다.

23일 금융시장에서는 만장일치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11일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3%가 동결을 점쳤다.

물가와 경기 모두 한은이 금리인상에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 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지난해 3%대 성장세 회복에 따른 자신감은 흐릿해지고 경기 전망을 두고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주열 총재도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한국 경제 안팎으로 미 금리인상에 따른 긴장감이 팽배하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신흥국이 휘청이고 국제유가는 브렌트유가 한 때 80 달러를 넘는 등 들썩이고 있다. 유가 상승은 미 물가를 밀어올려서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차원의 달러 유동성 경색이 발생하면 국내에도 영향이 파급될 소지가 있다"며 "신흥국 전반에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외화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금리 차는 0.50%포인트로 벌어진다. 한은이 7월과 8월도 건너뛰고 미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올리면 0.75%포인트로 확대된다.

한은은 고민이 깊다. 국내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데 미 금리인상 흐름에 떠밀려 올리면 경제주체들이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가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위험하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바로 자본유출을 초래하진 않지만 위기 때는 문제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한국 경제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부채는 셈법을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 정부 규제 강화에도 증가세가 확 잡히지 않는 상황인 한편, 금리상승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면 취약차주들이 타격을 입는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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