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빈소./사진:연합뉴스

"부정한 방법으로 1등을 할 거라면 차라리 2등을 해라", "고객과 사원, 협력업체, 주주, 사회에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기업이 되자",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사람을 함부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기업은 영속할 수 없다"

정도(正道)경영을 항상 강조하고 인재를 중히 여기는 인화(人和) 경영을 앞서 실천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습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 소식에 사회각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계의 큰 별이기도 하지만 소탈함을 바탕에 두고 늘 정도를 걷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이 애도의 마음을 더 키우는 것 같습니다. 

일류기업으로 불리는 삼성그룹과 LG그룹을 밀어내고 재계순위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경영권 승계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도 거센 상황이라 '아름다운 2등'을 하라던 구본무 회장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삼성그룹은 '최순실 사태'부터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지적과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주주보다는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식을 택했다는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고 있습니다. 매우 복잡한 문제지만 본질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 이상의 지배력을 갖기 위한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은 회사와 그 구성원을 모두 자신의 소유로 착각한데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구본무 회장이 걸어온 길은 이들이 보여준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구 회장은 1995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정도 경영을 앞세웠습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성과만 내는 것은 아무의미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을 단기 성과로 평가하기보다 믿음을 주는 인사로도 유명했습니다.

2003년에는 재벌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지주회사체제를 갖추면서 지주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통해 그룹 전체의 큰 그림을 그렸고 자회사들은 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범 LG가 계열 분리 때도 "돈 되는 사업은 다 주고 우리가 조금 더 손해 보라"는 기준을 내놓으면서 GS와도 아름다운 이별을 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어려울 때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면서 구조조정을 최소화했습니다. 

순환출자를 포기하고 무리하게 사람을 내보내지 않았지만 화학·전자·통신·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주력사업의 토대를 닦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키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권위를 강조하지 않는 소탈한 성품이 돋보였습니다. 장례식장을 비서 없이 혼자 조문하기도 하고 공식행사에도 수행원 한명 정도만 함께 했습니다.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왔고 경영수업도 회사 과장으로 시작해 실무를 익혔습니다.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하지 말고 장례도 간소화하라면서 마지막까지 소탈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구본무 회장의 행보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재벌에 갖고 있는 반감과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가 문제일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LG의 사례를 보면 최소한 재벌이 몇 대를 이어 경영권을 행사하고 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경영권과 지배력이 정당하게 주어지고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느냐 아니냐가 경영권 승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재벌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2등'을 강조한 구본무 회장의 철학이 '남의 것을 제 것인 양 휘두르려고 했던 재벌가 사람들에게 깨달음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 길이 유난히 빛나는 구본무 회장님,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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