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고위급 회담 돌연 취소..."일방적 핵포기 강요시 북미서밋 재검토"

다음달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적신호가 켜졌다. 북한이 16일 남한과 고위급 회담을 돌연 취소했고 일방적 핵포기를 강요하면 북미회담도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의 관련 발언을 검토중이며 동맹국과 긴밀하게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문제삼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에 대해서 한미는 중단없이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재차 확인했다. 또, 미 국무부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핵포기만 강요할 경우 북미대화도 재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특히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볼턴 보좌관은 국무부 차관 시절이던 2003년 7월 서울 강연에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적인 독재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과거 북한은 볼턴을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볼턴은 2007년 펴낸 회고록 '항복은 옵션이 아니다(Surrender Is Not an Option)'에서 북한의 원색적 비난에 대해 "나의 부시 행정부 재직 기간 중 받았던 최고의 찬사"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번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볼턴을 직접 거론하며 '선 핵포기, 후보상'의 리비아 방식에 대해 "아둔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핵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며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비아식 핵포기는 북한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리비아식'을 택하면 김정은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중동 일대에 불어 닥친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으로 카다피는 2011년 반군에 의해 처형됐다. 

이번 북한의 메시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CNN방송은 '북한의 이번 메시지는 트럼프에게 주는 일종의 시험'이라며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 파기를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지를 알아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나치게 급속도로 진행되는 비핵화에 대한 '속도조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북한은 주로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주요 사안 결정을 앞두고 협상판을 흔들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돌발 행동을 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지난 1월29일 밤 10시10분에는 2월4일 열릴 예정이었던 금강산 합동문화행사를 갑자기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지난 2월10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만남도 북한이 약 2시간 전에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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