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싱가포르 개최 확정...비핵화 검증방식·일정 합의 관건

사진제공: 연합뉴스

전세계의 시선이 6월 12일 싱가포르로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세기의 담판을 예고했다. 마지막 남은 냉전의 땅 한반도에 핵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할 역사적 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서로를 향해 말폭탄을 주고 받던 트럼프와 김정은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얼굴을 마주 한다. 세기의 핵담판까지 최종 결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여름부터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 긴장이 고조됐다. 

북한은 지난해 7월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했고, 9월에는 6차 핵실험을, 11월에는 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이에 트럼프는 북한이 미국을 계속해서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두 사람 사이 말폭탄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로켓맨이 자살임무중'이라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트럼프의 발언을 "개 짖는 소리"라고 일갈하며 그를 '늙다리 미치광이', '골목깡패', '돈 밖에 모르는 수전노'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핵단추 대결까지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내 핵버튼이 훨씬 크고 강력하다"고 되받아쳤다.

북한이 핵완성을 선언하고 올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여를 밝히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지난 2월 올림픽에서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하면서 어색하지만 양국의 거리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의 대북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전달하고 그는 즉각 수락했다. 

북한의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선언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이 더욱 활발해졌다. 트럼프의 복심으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기본적인 비핵화 관련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모두 이번 만남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크고 확실하다. 회담장소를 싱가포르로 결정한 것 역시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실용적 선택이라는 평가다. 

원칙적으로는 양국 모두 '완전하고 검증하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목표에 포괄적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비핵화 검증과 일정을 어떻게 조율하고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해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비핵화라는 정치적 선언만을 내놓은채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추후로 넘기면 이번 정상회담은 '빚좋은 개살구'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양국이 비핵화 범위와 방법을 놓고 서로 만족한다고 평가하면서 예전과 다른 분위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9일 두번째 북한 방문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적국관계의 갈등 해결'을 언급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적대시 정책 철회요구에 대한 호응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 역시 10일 당기관지 노동신문 1면 전체를 할애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대안'을 높이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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