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이후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남북경협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3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수가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점도 긍정적이다.

반면,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 격화 및 이란 핵협상 파기 가능성, 달러화 강세 등이 이머징마켓 전반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공존하고 있어 주변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미중간 무역협상 결과는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미국 경제대표단이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무역협상에 나섰지만, 입장차이만을 확인한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다음주에 중국 부총리가 후속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있다.

미국의 요구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이 오는 6월부터 1년간 무역흑자 1천억 달러를 줄이고, 다음 1년 동안 1천억 달러를 추가로 감축 할 것, 중국이 모든 서비스와 농업 부문을 개방할 것과 함께 로봇, 항공우주, 전기차 등 전략 산업에 부과하는 중국의 보조금을 폐지할 것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요구 조건들을 제시함에 따라 미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던 중국 측도 강대강 구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다음주에 다시 무역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는 점은 그나마 부정적인 영향을 다소 제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앞서 발표했던 약 500억 달러 규모 1,300개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어 이에 따른 결과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초 5월 하순으로 예상됐던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달 22일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 제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긍정적이지만, 한반도 주변 요건은 복잡한 흐름들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주요국 항공사들에 대해 대만을 별도의 국가로 표기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영토 주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 판매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무역분쟁 문제와 대만 문제가 맞물릴 경우에는 미중간 강대강 구도의 재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에도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대외환경이라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한편,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에 근거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추가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핵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럽 동맹국들이 이를 만류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이란 핵협정에 대한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란 핵 협정의 파기는 중동 전체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일 수 있어 우려를 낳는다. 특히, 이란 핵 협상 파기는 70달러선을 넘어선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및 인플레 압력 증가를 통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이같은 여건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과 연준의 금리인상 압력 강화 속에 달러화 반등 및 이머징 통화 약세 현상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는 이머징마켓 주식시장 등 비 달러 위험자산으로부터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요인이다.

달러화 투기적 포지션은 아직 강달러에 대해 본격적인 베팅 현상을 나타내지 않고 있지만 향후 달러화의 방향성은 그만큼 중요해진 상황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글로벌 유동성의 이머징마켓 유입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내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은 정체된 모습이다. 올해 5월과 8월에는 중국 A주의 MSCI 이머징마켓 지수 부분 편입 일정이 있어 5월에는 외국인 매도우위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는 당분간 제한적인 수급 여건하에서 빠른 종목별 순환매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 목표 수익률을 낮추는 시장 대응이 유효해 보인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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