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중국 베이징에 있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21개 점포(화북법인)를 현지 유통기업에 매각한다. 이는 롯데의 '눈물'이 담긴 조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더이상 현지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현지 롯데마트 및 슈퍼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과정이 지지부진했고, 약 1년만에 겨우 첫 매각이 성사됐다.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이번 건을 계기로 나머지 점포 매각도 탄력을 받을 경우 추가 출자를 막을 수 있어서 부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중국 베이징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화북법인이 보유한 지분 87.38%를 중국 유통기업 우메이(Wumei)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점포의 매각 가격은 2485억원이다.

우메이는 1994년 설립한 중국 현지 유통기업이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 내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900여곳을 운영하고 있다. 우메이는 비교적 저렴한 값에 충분한 영업 환경이 갖춰진 점포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롯데마트 화북법인을 사들였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거의 장사가되지 않는데도 매월 약 100억원씩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중국 롯데마트 점포를 서둘러 처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고대했던 매각이 이뤄졌지만 중국 롯데마트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에 매각한 점포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존 롯데마트는 중국 내 총 112개(대형마트 99개, 슈퍼마켓 13개) 매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지난 2016년 12월부터 대형마트 87곳이 영업정지된 상태다. 이 여파로 2013년 1조7750억원에 달했던 롯데마트의 중국 내 매출은 지난해 263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나머지 점포 매각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롯데그룹은 112개 롯데마트 매장을 태국의 유통그룹 등에 '통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협상이 불발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적자가 누적되면서 분할매각 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실제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각각 3600억원과 3400억원의 긴급자금을 중국법인에 긴급수혈했다.

우려가 남아있지만 이번 매각을 계기로 나머지 89개 점포에 대한 협상이 탄력받을 수 있다는 점은 큰 호재다. 실례로 롯데쇼핑 화동법인(상하이, 강소지역)의 경우 현재 잠재 매수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화중은 6개, 동북은 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가 원활하게 화북법인을 매각한 만큼 나머지 협상도 급물살을 타게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쇼핑은 현지 인수 희망 기업들과의 원활한 매각 협상 및 단기 차입금 상환을 위한 증자도 진행한다. 이번 증자 금액은 총 6억6000만달러(약 6819억원)로, 이 중 마트에 사용되는 금액은 약 5800억원, 백화점 관련은 약 1000억원이다. 또 롯데쇼핑은 매각 이후에도 인수인계를 위해 화북법인 지분 5%를 보유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시장의 예상보다 좋은 값에, 현지기업과 원활하게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추세면 나머지 점포도 빠른 시간 안에 처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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