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팜·바이로메드는 자산으로, 종근당·유한양행은 비용으로 인식

국내 제약회사들의 '뜨거운 감자'는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다.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느냐, 비용으로 보느냐"에 따라 실적이 출렁인다.

27일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연구개발비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할 때는 무형자산으로, 충족하지 못할 때는 비용으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면 판관비가 줄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자산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비용으로 처리하면 판관비에 편입돼 영업이익이 줄고 자산도 감소한다.

해외 제약·바이오 회사는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대부분 정부의 판매 승인 시점 이후의 지출만을 자산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은 임상 1상이나, 임상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자산화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신생 제약바이오기업 중에는 우량한 기업으로 보이도록 신약 개발 초기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에 포함하기도 한다. 유가증권시장 43개 기업 중 21개가, 코스닥시장 90개 중 54개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했다. 

문제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제각각이라 기업 간 자산이나 영업이익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회계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실현 가능성이 사라지면 자산으로 인식했던 연구개발비를 일시에 손실로 처리해 '어닝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주가하락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도 불가피하다.

일례로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의정 한정으로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감사의견 한정은 해당 기업이 제출한 재무제표에서 수치에 문제가 있거나, 신뢰할 수 없을 때 회계법인이 내는 의견이다.

문제는 연구개발비였다. 차바이오텍은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산하고 지난해 5억3000만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결산했다. 하지만 회계법인은 아직 진행 중인 연구개발에 들어간 돈은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며 8억8000만원 적자로 판단했다.

한 회계사는 "연구개발비는 제품의 실현가능성이 중요하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점을 고려해 올해 1월 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테마감리에 착수했다. 제약·바이오 등 개발비 규모가 큰 기업이 대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약회사마다 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가 다르기 때문에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미팜과 바이로메드·제넥신·셀트리온 등은 연구개발비의 자산 인식 비중이 50%를 웃돌지만, 유한양행과 종근당·한미약품·녹십자 등 전통 제약사들은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종근당은 신약개발 초기에는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처리한 후 해당 신약의 상용화가 확실시됐을 때 자산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연구개발비에 대해 보수적인 회계 정책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이슈에 영향이 적다"면서도 "일부 바이오기업은 투자 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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