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택시업계 '불공정 경쟁' 이유로 차량공유업체 고소…판결 따라 시장판도 바뀔 듯

그랩 베트남 웹사이트 갈무리.

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신흥국 베트남에서 기존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업체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차량공유업체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간편한 이용과 저렴한 가격 등을 무기로 빠르게 택시 시장을 장악하면서 택시회사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몰린 것이다. 이에 택시회사들이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갈등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베트남 우리나라 카카오택시와 같은 택시배차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2014년경이다. 당시 미국의 우버나 싱가포르 그랩 등 글로벌 차량공유업체들이 잇달아 진출하면서 비나선, 마일린 등 기존 택시회사가 장악하고 있던 베트남 택시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존 택시회사는 이들의 위세에 눌려 점차 시장 점유율을 뺏기기 시작했으며, 2016년부터는 역(逆)성장의 늪에 빠졌다. 현재 그랩이 보유한 차량은 1만7000대에 이르지만 현지 최대 택시회사인 비나선은 630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택시회사들은 올해 들어 반격에 나섰다. 지난 2월 비나선이 그랩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비나선은 그랩 등이 실질적으로 운수사업을 하면서도 과세 부담이 적고, 자동차 운행 제한도 적용받지 않는 IT 기업으로 등록돼 있다며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랩의 변칙적인 사업 운영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20억원 가량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베트남의 택시 및 차량공유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택시업계에 유리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지난 2월 하노이시가 그랩 등의 차량공유업체들이 시내 주요 도로 11곳에서 혼잡시간대 통행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시의회에 제안했다. 교통 혼잡 완화가 목적이지만, 이 방안이 통과되면 그랩 등의 차량공유업체에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한편 우버는 지난달 25일 동남아 사업을 그랩에 매각하고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때문에 그랩은 베트남의 차량공유사업을 거의 독점하게 됐다. 지금 기세로 차량공유 사업이 계속 성장하면 베트남에서 비나선 같은 택시업체와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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