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적자 투성이'인 이커머스업계를 차지하기 위한 기존 업체들의 수비와 신규 진출 업체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이들이 '마이너스'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치열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성장성' 단 하나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치킨게임'이 될지, 공생으로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K플래닛(11번가),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를 낸 업체는 이베이코리아가 유일하다.

'쿠팡맨',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은 지난해 매출 2조6846억원, 영업손실 6388억원의 실적을 나타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0.1%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13% 커졌다. 지난 2년간 누적적자만 해도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투자했던 1조1000억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티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5.1% 늘어난 3572억원, 영업손실은 27.1% 감소한 11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줄었지만 손실액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규모로 3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티몬은 올해 매출을 30%이상 늘리고 적자는 2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위메프의 경우 지난해 매출 3690억원, 영업손실 41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직전연도 대비 28.2%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34.4% 감소해 수익성만 놓고 보면 소셜커머스 3사 중에서는 가장 개선된 실적을 나타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지난해 5136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자산 규모가 1조534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 9916억원, 영업손실 2497억원을 기록했다.

SK플래닛, 위메프, 티몬의 경우 각각 25.1%, 34.4%, 27.1%씩 전년 대비 적자폭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한 것이다. 이 마저도 허리띠를 졸라 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유일하게 흑자를 냈지만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역시 전년도 1456억원으로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줄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이커머스업계의 사정이 좋지 못한데도 신세계와 롯데그룹 등 대기업들은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달 정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센터를 짓겠다"고 선언하며 온라인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이커머스 사업에서 국내 최대 수준인 1조원 이상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백화점과 이마트로 분리된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할 신설법인을 출범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 결과다. 실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외형은 타업종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8조2273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19.2% 증가했다. 국내 유통시장 규모가 약 300조원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26%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온라인쇼핑 매출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온라인몰 업체 관계자는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까지 합세해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부터는 기존 업체들 중에서도 흑자를 내는 곳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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