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이 역사적 만남을 앞두고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물씬 무르익고 있다.  트럼프가 한반도의 종전선언을 지지하며 북미간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러한 발언들이 일본과의 정상회담 와중에 나오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존재감은 흐려졌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기자회견은 온통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집중됐다. 아베 총리는 '재팬 패싱' 우려를 불식하고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고 급하게 미국까지 방문했지만, 사실상 빈 손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NHK·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7~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납북 일본인, 시리아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정작 18일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는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말~6월 초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북한 김정은과의 만남이 세계적 성공이 되도록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연한 태도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성공적이지 못할 회담이라면 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갔을 때 회담이 생산적이지 못하다면 정중히 회담장을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수난'은 계속됐다. 트럼프는 북미간 최고위급 직접 대화를 언급했고 기자회견에서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공을 들이는 발언을 쏟아냈다. 게다가 아베 총리는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를 내심 바랬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대신 일본은 미국과의 양국간 무역협상 개시에 합의하며 되레 과제를 떠안게 된 꼴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탈퇴한 TPP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며 "내가 미국을 대신해 거절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하지 않는 TPP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행보는 지난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다섯 차례나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 분위기와 대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대북 압박 기조에 협력하며 '브로맨스'를 과시했으나, 올들어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일본이 소외되며 어색한 상황에 놓였다. 최근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 민심을 잡기 위해 일본 무역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면서, 한때 두 정상을 '절친'으로 묘사했던 외신들은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의 밀월 관계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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