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거래일 동안 시총 3200억원 증발했지만, 실적은 성장

대한항공

2014년 '땅콩 회항'에 이어 '물벼락 갑질'까지 터지면서 대한항공의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4거래일 만에 3200억원 증발했다. 

오너 일가의 갑질 고발이 터지면서 청와대에는 "대한항공의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경찰은 오너 3세인 조현민 전무의 갑질 조사를 시작했다.

오너리스크에 대한항공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대한항공과 한진칼·진에어·한진·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 상장사 5곳의 시총(우선주 제외)은 5조8580억원이다.

물벼락 갑질 논란이 일어나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 11일 종가 기준 한진그룹주 시총이 6조178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4거래일 만에 3200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대한항공은 3만5900원에서 3만3700원으로 6.1% 하락했고, 한진칼은 2만3350원에서 2만2500원으로 3.6% 떨어졌다. 진에어 역시 3만2550에서 3만700원으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앞서 3년여 전 조현아 사장의 땅콩회항 때도 대한항공은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오너리스크로 임직원들과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너리스크는 단기 악재로 끝날 것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사업 자체 경쟁력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161대(여객기 133대·화물기 28대)의 운영항공기를 바탕으로 국내외 42개국 110개 도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항공사 동맹체인 'Sky Team'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가 늘면서 시장지배력이 다소 약화됐지만, 여전히 굳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항공시장에서 국제여객 24.65%·국내여객 24.59%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항공화물 부문에서는 운송실적(FTK) 기준 글로벌 6위를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개별 기준 11조8028억원의 매출과 95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도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2일 공시를 통해 올해 영업실적 가이던스로 매출액 12조4000억원, 영업이익 1조700억원을 제시했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아웃바운드 여객과 항공화물 수요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사드 영향 완화에 따른 중국노선 인바운드 수요 개선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수요환경이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오너리스크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오너리스크가 발생했던 기업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주가가 회복세를 보였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버넌스 관련 이슈 발생으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하다"면서도 "구조적인 수요 성장과 장거리 노선의 경쟁력, 미주노선 경쟁력 제고 및 환승 수요 흡수에 따른 수혜를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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