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아시아의 강력한 소비시장으로 떠올랐다. 경제 성장에 가계 소득이 늘면서 베트남 소비자들이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산하의 연구기관 'FT 컨피덴셜 리서치(FT Confidential Research)'의 1분기 설문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의 소비심리는 3년 만에 최고에 달했다. FT는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의 이머징 경제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성공은 베트남 정부의 개혁모멘텀과 역내 최강국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달렸다고 FT는 평가했다. 

특히, 베트남은 말레이시아, 태국과 같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전망이 훨씬 밝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FT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의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분기설문 조사를 벌였다. 다음은 FT의 베트남 소비자 설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 소비 성향

베트남은 지난해 6.8% 성장했고 정부는 올해 7%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높은 노동인구 비중이 강력한 성장을 떠받친다. 생산가능 인구에 대한 유소년과 고령 인구의 백분비인 부양비는 42.9%로 낮은 편이다. 다시 말해서 베트남의 소비여력이 크다는 얘기다. 

FT 설문에 따르면 1분기 베트남의 재량소비는 아세안 5개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늘었다. 베트남 소비자 49%는 연말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5개국 소비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으로 강한 소비심리를 보여줬다. 이에 해외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H&M, 코스타커피, 돌체앤가바나는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온라인 매출성장이 두드러졌다. 베트남전자상거래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이 11% 늘어나는 동안 온라인은 25%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성장세는 2020년까지 이 같은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베트남전자상거래연합은 예상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자동차 판매도 다른 아세안국가의 수입관세 폐지 덕분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의 주요 이동수단이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옮겨가면서 2012~2017년 자동차 판매는 241% 늘었다. 

◇ 새로운 제조업 허브로 급부상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성장한 다른 국가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력이 많고 인건비가 낮아 외국인 투자를 흡수하며 지역의 새로운 제조업 허브로 부상했다. 특히 삼성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계 투자기업으로 2009년 이후 17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지난해 삼성의 스마트폰 절반이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팔려 나갔다. 

이에 더 많은 시골 인구가 공장이 위치한 도시로 몰려들 전망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농업인구 비중은 41.8%다. 말레이시아(11.8%) 수준으로 떨어지면 막대한 인구가 제조업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로 베트남 산업은 저부가가치의 섬유업에서 고부가의 제조업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 민영화 가속도

베트남이 고속 성장을 유지하려면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일단 공산당 주도로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에 대한 민영화(주식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30개 국영기업의 24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감독하는 새로운 위원회가 올 2분기 운영을 시작할 전망이다. 

정부가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성장이 뒷받침하며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도 치솟으면서 앞으로 국영기업의 주식화가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FT는 예상했다. 

◇ 성장 리스크

베트남의 성장을 위협할 대내외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의 최대 교역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가 쉽지만은 않다. 중국에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우려와 동시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지정학적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중국이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 인근에서 유전 개발에 나서면서 베트남에 반중 시위가 거세게 불었다. 당시 베트남 정부가 시위를 진압하고 투자불안을 완화하는 데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후 양국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며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영유권 갈등은 언제나 다시 커질 공산이 크다. 특히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내세우면서 중국이 동남아 역내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 역시 고령화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베트남의 중위연령은 31.3세로 경제발전 곡선으로 볼 때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베트남의 노동인구가 줄면서 소비와 성장을 위협할 시기가 아주 먼 얘기는 아니라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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