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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금융夢]'유령 주식' 삼성증권 마지막 불꽃 아니길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8.04.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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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연합뉴스

최근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로 금융투자업계가 시끄럽습니다.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이 배당되고 거래까지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국내 주식 거래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이 노출된 데다 삼성증권 직원들의 부도덕한 행태까지 더해지면서 금융투자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동안 암암리에 유령 주식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1주당 예정된 1000원의 현금 대신 주식 1000주를 배당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준 주식은 28억3000만주입니다. 삼성증권 발행주식 8930만주, 발행 한도 1억2000만주를 30배가량 웃도는 수량입니다. 

통장에 8930만원 밖에 없는데 자동화기기(ATM)에서 28억3000만원을 출금된 것과 같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지만 은행 직원을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추가로 인출된 돈을 돌려줬다면 큰 사건이 되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전산 시스템 문제인지 자동화기기 탓인지 파악해서 조치하면 끝날 일입니다. 그러나 그 돈을 마음대로 쓴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자신의 계좌에 잘 못 들어온 주식을 팔지 않고 회사가 회수 처리하게 했다면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는 데서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만 삼성증권 직원들은 주식을 팔았고 미풍에 그칠 수도 있던 문제는 태풍이 됐습니다. 

사태를 일파만파 키운 삼성증권 직원들의 주식 매도는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돈에 눈이 먼 직원들이 이성을 잃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주식을 판 돈이 이틀 뒤에 손에 들어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증권사 직원들, 소위 '선수'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없습니다. 특히 이들이 주식을 판 것은 금요일이라 주말까지 생각하면 현금화를 위해 나흘이 필요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다 보니 다양한 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 차명계좌와 관련된 것 아니냐. 암암리에 이뤄지던 불법 공매도가 드러난 것 아니냐. 짧은 시간에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내는 초단타 매매를 시도한 것 아니냐. 같은 얘기들입니다. 

외부 세력과의 결탁설도 나왔습니다. 삼성증권 직원이 선물 투자 세력에게 정보를 주고 대규모 자사주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하면 선물거래를 통해 차익을 챙길 수 있도록 공모했다는 것입니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식을 판 시점에 선물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정황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마무리되면 정확히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부 결탁설은 틀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삼성증권은 영업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업무 인가는 물 건너갔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기금은 거래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연기금과의 거래 그 자체도 문제지만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영업을 해나가는 데 큰 악재입니다. 한국은행은 삼성증권과 외화채권매매 거래를 중지했고 기획재정부도 삼성증권의 국고채 전문딜러 자격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개인들도 삼성증권을 떠나는 일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동안 연기금 등과의 거래 재개도 불가능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볼 때 기관경고나 영업정지란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금융당국의 징계는 ▲기관 주의 ▲기관경고 ▲영업정지 ▲인가 취소 순으로 수위가 높은 데 기관경고 이상을 받으면 1년간 신규 사업 진출이 금지됩니다. 

만약 외부 세력과 결탁한 것이라면 인가 취소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삼성증권이 문을 닫고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증권사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외부 세력과 결탁해 작전을 일상적으로 해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주식시장과 금융투자업계 전체의 신뢰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까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일이 벌어지기 전 삼성증권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삼성증권은 업계 최고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렸습니다. 최소한 몇 년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2010년쯤부터만 봐도 후강퉁, 브라질 국채, 홍콩 진출, 미러링어카운트, 랩어카운트, 30년물 국채, 자산관리 등 새로운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했고 앞장서기 위해 노력했고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수년 전 어느 순간부터 삼성증권의 이름은 희미해졌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삼성증권의 이름이 뚜렷하게 각인하고 있는 사건이 유령 주식 파문입니다. 

그 때문인지 삼성증권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삼성증권이 특별한 존재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삼성증권이 불미스러운 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중심의 기존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현 상황에서 삼성증권 같은 증권사가 인가 취소를 받고 없어지는 것은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자본시장 전체에 찬물을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상품, 더 좋은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는 증권사가 많은 것이 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부디 유령 주식 파문이 삼성증권의 마지막 불꽃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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