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크게 말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북한의 나쁜 행동을 정당화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비아는 미국의 약속이 기껏해야 얼마나 일시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본보기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해 한 행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를 정권 생존의 열쇠로 본다고 지적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하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3일 단행한 시리아 공습은 최근 백악관 안보 수장으로 취임한 볼턴의 신고식으로 손색없다. 그는 미국에서 매파 중에 매파, 초강경파로 꼽힌다. 시리아에서 발을 빼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에 나선 게 그의 입김 때문이라는 걸 의심할 사람은 없다. 볼턴은 시리아 공습 명령을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미국 내 강경파들은 이달 초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트럼프 행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 대북 압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본보기로 시리아를 이용하자는 주장이었다. 안 그래도 볼턴은 대북 선제타격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가 주도한 시리아 공습의 화염은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볼턴이 시리아 공습을 통해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에 임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그러나 역효과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시리아 공습이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하고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NN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자칫 북미 정상회담을 꼬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전에도 세계 곳곳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을 문제 삼으며 핵개발 프로그램을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략정보분석업체 스트랫포의 로저 베이커 부사장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하는 전적인 이유"라며 "(핵무기를 가지면) 이런 식의 보복 공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CNN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건 역사에서 배운 교훈 때문이라며 시리아 공습이 이 교훈을 새삼 상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볼턴이 선호하는 리비아식 해법이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2003년 12월 핵과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가 국제사회로 복귀했다며 카다피를 치켜세웠고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이듬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방문해 카다피를 '테러와의 전쟁' 파트너로 끌어안았다.

좋은 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은 곧 등을 돌렸고 카다피는 201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축출돼 최후를 맞았다.

당시 북한의 한 외교관은 리비아에 대한 NATO의 공습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심각한 교훈을 가르쳐줬다고 밝혔다. 같은 해 집권한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낸 것도 이 교훈과 무관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례도 북한이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가 배치된 소련 공화국 4곳 가운데 하나였지만 소련 붕괴 이후 핵무기를 포기했다. 이 나라에서는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긴 게 핵무기를 내줬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츠 국장은 "우리가 핵무기를 포기한 리비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교훈은 핵무기가 있으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과 핵무기가 없으면 꼭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공습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당장은 북미 정상회담에 큰 영향을 미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구체적인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시리아 공습을 감행했다며 전략이 모호하긴 대북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볼턴 같은 강경파의 입김이 북한의 핵무장 의지를 북돋우면 파국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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