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경영 슬로건입니다. 하나금융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것은 오롯이 손님의 기쁨이며 이를 위해 총력을 다할 때 소비자의 만족과 하나금융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은 2016년부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고객이란 호칭도 손님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습니다. 손님은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이라는 '손'의 높임말로 금융거래뿐 아니라 다른 목적이라도 하나금융그룹을 찾는 모든 사람을 존경과 진정성으로 대하겠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을 비롯한 금융회사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 나아가 전 사회 구성원들이 본받아야 할 정신이고 철학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나금융그룹의 이런 정신과 철학을 맨 앞에서 이끄는 사람은 김정태 회장입니다. 김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든 결정의 판단 기준은 고객의 행복 가치라면서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해'란 말을 강조해왔습니다. 

하나금융 홈페이지에 올려 둔 인사말을 봐도 김 회장은 손님만을 생각한다는 게 잘 드러납니다. 아래는 김 회장의 인사말 중 일부를 발췌해 온 것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손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 이웃, 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견고한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손님이 원하는 금융을 만들기 위해 ‘혼’을 담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손님과 사회의 행복 실현'을 위해 성장과 나눔을 계속 펼쳐 가겠습니다. 하나금융그룹 전 임직원은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

몇 번을 읽어봐도 거듭 본받아야 할 정신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신과 철학도 실천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채용 비리에 관한 김 회장의 행보를 보면서 함께 드는 생각입니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 채용 비리 특별 검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채용 비리에 연루됐고 김정태 회장으로 추정되는 건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김 회장과 함 행장 모두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 모르게 한두 명도 아닌 32명이 채용 비리로 하나금융에 들어온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1~2건도 아니고 수십장의 서류에 일관된 방식으로 추천인을 알아볼 수 있는 표시가 있었던 것은 어찌 된 일인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일인 인재 선발 관련 서류를 CEO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나 뽑아도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신경을 안 쓰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은 김 회장 강한 리더십이 작용하는 곳이란 금융권의 일반적 평가를 고려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김 회장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해도 CEO로서의 책임은 남아 있습니다. 채용 비리를 몰랐다면 인사 관리를 못 한 것이고 그에 따라 회사에서 지출되지 말아야 할 비용이 빠져나가면서 손실을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채용 비리로 수많은 청년과 그들의 가족이 분노했고 하나금융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습니다. 이들은 하나금융이 생각하는 행복해야 할, 기쁨을 누려야 할, 신뢰를 쌓아야 할 그런 손님 중 하나입니다.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대응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전직 대통령 중 하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평소 김 회장이 강조한 정신과도 배치됩니다. 손님이라고 치켜세우던 것이 그룹 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돈을 벌기 위한 사탕발림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야만 합니다. 

평생 금융업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하나금융그룹과 금융권 전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늘 강조했던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해'란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 되새겨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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