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손실 2098억원…어닝 쇼크에도 기술 경쟁력은 '여전'

한국항공우주 본사 전경.

회계 부정으로 추락했던 한국항공우주(KAI)가 다시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실적 부진에서 탈출하진 못했지만, 사업 경쟁력은 여전하다. 지난해 발목을 잡았던 분식회계 문제도 마무리 단계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항공우주가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을 수주한다면 다시 이륙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는 전날 4만8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초 주가(4만8400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기대를 밑도는 실적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2089억원에 달했고, 당기순손실은 23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공시했던 실적 전망(영업손실 1170억원·당기순손실 849억원)보다 상황이 악화됐다.

영업손실 확대의 배경으로는 이라크 기지건설 사업 공정지연에 따른 지체상금(460억원)과 수리온 헬기(2차 사업) 인도지연에 따른 추가 지체상금(320억원)이 꼽힌다. 이라크 기지건설 사업은 수주규모 5억8000만달러로 2015년 1월 계약했으나, 진행이 지연돼 왔다. 이번 결산 때도 지체상금을 인식하면서 손실이 커졌다.

수리온 2차 양산 프로젝트는 수주규모 1조7137억원으로, 지난해 말 진행률이 99.78%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감사원 감리 결과 제기된 수리온 헬기 체계결빙 등의 문제로 인해 2차 양산 진행이 지체되면서 손실이 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항공우주가 곧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 경쟁력이 여전하고, 손실 문제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분식회계로 인한 불안감도 털어냈고, 대규모 수주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라크 기지건설 사업의 경우, 귀책사유가 IS 전쟁 등으로 이라크 정부 측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정이 원만히 진행되면 다시 환입할 수 있다. 수리온 2차 양산 프로젝트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납품이 재개됐다. 

여기에 미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노후화 된 고등훈련기를 대체하는 APT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항공우주는 미국 최대의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과 파트너를 맺어 APT사업자로서 참여했다. 프로젝트 규모만 약 38조원에 달하는 사업으로 이르면 이달 우선협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익상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군 APT 프로그램에 대한 수출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라며 "T-50 고등훈련기의 우수한 기체성능과 10년간 안정적 비행운용을 기반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는 회계정정 및 각종 사업 충당금 설정으로 인해 매출, 수익성 모두 감소했다"면서도 "APT 사업 계약체결 시 중장기적 성장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항공우주를 괴롭혔던 분식회계 문제도 마무리단계다. 김조원 사장은 취임 후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문제가 됐던 회계기준을 변경했다. 군수사업 매출액을 선급금 납부 기준에서 진행률 기준 인식으로 바꿨다. 당장은 매출이 떨어지지만, 회계 투명성은 높아졌다는 평이다.

조수희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방산비리 및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 이후 수주활동이 제약됨에 따라 지난해 수주가 다소 위축됐으나 누적기준 약 18조원의 풍부한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KF-X(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과 이후의 양산 계획, T-50 추가 수출 가능성, 미국 APT 공급자 선정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외형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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