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청탁 16건·남성 특혜 2건·특정대학 우대 14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 사진제공: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 배경이 된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 비리 정황 32건을 추가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으로 추정될 수 있는 채용비리 정황이 나와 검찰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13일부터 하나금융 채용비리와 관련한 특별검사를 진행,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2일 밝혔다. 금감원 특검단이 추가로 확인한 채리 비리 정황은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16건 △최종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해 남성 특혜 합격 2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 조작 14건이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은 은행 내외 주요인사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 105명 중 16명을 특혜 합격시켜준 의혹이다. 추천자 중 22명이 최종합격됐는데 이중 16명을 특혜에 따른 합격자로 금감원은 분류했다.

추천 특혜 사례 중에는 김정태 회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건도 있었다. 한 지원자가 서류전형 단계에서 추천내용 '최종합격' 표기가 돼 있었는데 이 추천자의 이름이 '김○○(회)'였다. 김○○은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으로, 인사 담당자는 '(회)'가 통상 "회장이나 회장실을 의미한다"고 진술했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합숙면접에서 태도 불량으로 0점 처리됐지만 최종 합격처리됐다.

최성일 특검단장은 "김정태 회장 연루 건일 수 있다고 추정은 되지만 특정할 수는 없다. 검사에서 더 확인된 내용이 없다"며 "자료를 검찰에 넘겼으니 다음부터는 검찰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건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특검단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 건 중에는 최 전 금감원장인 '최흥식부사장 추천' 건도 있었다.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미달(△1점)했으나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의 순위를 상향조정해 특혜 합격시켜준 정황도 나왔다. 최종면접에서 성별 합격 인원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였을 경우 남성 199명, 여성 30명이 합격했을 상황이었는데 실제로는 남성 201명과 여성 28명이 합격했다.

학교 차별 사례로 추가 적발됐다. 인사부장과 팀장, 실무책임자 등이 참석하는 실무회의에서 명문대나 해외 유명대학 등을 우대해 14명을 특혜 합격시킨 정황도 나왔다.

동일한 직무인데 남녀 차등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한 부분도 적발됐다. 2013년 하반기의 경우 남녀 4:1 비율로 차등 채용하기로 사전에 계획을 수립함에 따라 서류전형에서 여성 커트라인(서울지역의 경우 600점 만점에 467점)이 남성(419점)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졌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정황과 관련해 확보한 증거자료를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고 향후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최흥식 전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한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 규명 차원에서 20명 규모의 특별검사단을 꾸렸다. 최성일 부원장보(전략감독담당)를 단장으로 하는 특검단은 최 전 원장 및 임원진으로부터 독립된 상태로 검사를 진행해왔다.

최 전 원장은 의혹을 부인했으나 최 원장이 지인 아들의 이름을 건넨 점과 해당 지원자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서류전형을 무사통과한 것만으로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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