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사태 8개월 만에 은행장직 이어 지주회장 자리도 내놔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입건된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 사진제공: 연합뉴스

박인규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이 29일 은행장직에 이어 지주 회장직도 사퇴했다. 채용 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나빠진 여론 등이 직접적인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행장은 이날 오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지난주 주주총회에서 은행장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지주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일련의 사태에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주주와 고객, 임직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했다.

대구은행 사태는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장급 이상 간부 직원 4명이 회식 등 자리에서 비정규직 여직원을 성추행 또는 성희롱한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박 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채용비리 의혹 등도 뒤이어 터져 나왔다.

박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함께 입건된 간부 16명과 법인카드로 32억7000만원 상당 상품권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 깡' 방법으로 비자금 30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 가운데 1억여원을 박 행장이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과는 별도로 대구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전·현직 인사 담당자 등 4명을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수십 명의 채용 청탁 정황이 담긴 '청탁 리스트'를 확보해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박 행장은 2014년 3월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그는 1979년 입사해 서울영업부장, 전략금융본부장, 영업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조만간 후임 지주 회장과 은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4월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후보를 압축해 추천하고 주주총회에서 확정하는 방식이다.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35조에 따르면 지주와 은행 상임이사(상임감사 제외), 부사장(부행장) 이상으로 재임 중인 사람이 기본 후보군이다. 여기에 예비후보군으로 계열사 사장, 지주·은행 부사장보(부행장보) 이상으로 재임 중인 사람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

임추위는 필요하면 주주, 이해 관계자, 외부자문기관 등 회사 외부에 추천을 활용할 수 있다. 대구은행 노조 관계자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구성원들이 단합해서 조직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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