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자회사와 내부거래 '의심'…횡령 의혹도

 

감사보고서 시즌을 맞아 상장폐지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실적에 대한 충격은 미뤄두더라도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면 퇴출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감사인의 검토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모두 16곳이다. 상장폐지 관련 통지를 받은 날부터 7영업일 안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나노섬유와 에너지사업을 하는 에프티이앤이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코스닥150지수(KQ150) 종목에 편입됐을 정도로 나름 인정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더욱이 지난해 3분기 만성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선 상황이었다.

실제 주가는 지난해 10월 16일 2410원에서 올해 1월 중순에는 8180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나노섬유 부문이 세계 최초로 상향식 전기방사 공법을 통한 양산에 성공하면서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유상증자까지 성공하며 재무적 리스크까지 해결했다.

급작스러운 감사의견 거절에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이다. 감사의견 거절은 사실상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회계사는 자산을 부풀렸거나, 회계기준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때 감사의견 거절을 제시한다.  

감사를 맡은 위드회계법인은 에프티이앤이의 일부 거래와 관련해 회계처리 누락 등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미비로 인해 우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외에도 채권·채무의 실재성과 완전성, 발생사실에 대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수관계자 등과의 자금거래, 유형자산 매입거래와 관련해 거래의 타당성을 판단하고 자산을 평가하기 위한 충분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의견 거절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병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사의견의 근거로 삼을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고, 따라서 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자회사인 '파인텍스 필리핀'(Finetex Techonology Philippines)과의 내부거래가 문제가 됐다고 판단했다. 에프티이앤이는 재무활동으로 133억원(별도 기준)을 조달해 파인텍스의 기계장치를 취득했다. 금액은 125억원에 달한다.

파인텍스는 에프이이앤이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다. 에프티이앤이 주장대로라면 자회사 공장에 세팅된 기계장치 설비를 필리핀 공장에서 대구에 있는 본사로 팔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지출 증빙과 자금유출내역, 기계장치의 실사를 요구했고, 회사는 거절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의견거절 사유인 감사증거 불충분과 같은 내용이다.

한 회계사는 "자금은 어디론가 유출은 되었는데, 실제 기계장치 이관을 통한 실사 가능한 설비는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필리핀 법인의 실적도 석연찮다. 필리핀 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255억원이며, 당기순이익은 129억원이다. 순이익률만 보면 셀트리온을 넘어선다.

이는 본사에 처분한 기계장치를 장부가보다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처분해 생긴 유형자산처분이익으로 보인다.

실제 에프티이앤이의 별도 재무제표는 105억원 적자지만, 필리핀 법인을 포함한 연결로는 33억원 흑자다.

이에 대해 회계사는 "기계장치를 정리한 필리핀 자회사가 영업이익이 나서 연결로 흑자가 발생했다"며 "기계설비는 본사로 정리해서 보내고 장부가치보다 말도 안 되는 높은 금액에 처분했다는 것은 가공거래를 통한 자금유출 및 횡령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거래"라고 덧붙였다.

에프티이앤이는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 정지됨에 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며 "정기 주총 전까지 이의 신청 제출을 완료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한편 에프티이앤이가 의견 거절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한국거래소는 15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경우에 따라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개선계획 이행결과를 평가한 후에 최종적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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