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집값 때문에 부부싸움을 한다면, 단독주택에 사는 부부가 많이 할까, 아니면 아파트에 사는 부부가 많이 할까.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니 대부분 아파트라고 답했다. 왜 아파트라는 답이 많을까?

가장 큰 원인은 한마디로 아파트는 쉽게 가격을 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파트는 언제든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주식처럼 앉은 자리에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IT(정보기술) 혁명 덕분이다. 하지만 정보 기술 혁명에도 불구하고 상품 자체가 균질화되지 않은 단독주택은 가격을 알기 어려운 구조다. 가격을 알아내기 위해선 돈을 들여 별도의 감정평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간도 제법 걸린다.

이런 수고를 하지 않고 단독주택의 가치를 파악하는 길은 1년에 한 번 발표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의존할 뿐이다. 그것도 번거롭게 단독주택 공시가격 조회 사이트를 따로 들어가서 찾아야 한다. 단독주택은 실제 거래가격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의미하는 시세 반영률은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이웃집이 팔렸다고 하더라도 입지특성이 서로 달라 가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접근하기 좋은 포털사이트나 부동산사이트에서는 단독주택은 시세를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부동산 중개업소를 지나다가 듣는 “땅값이 3.3㎡(평당) 얼마에 거래됐다고 하더라”는 귀띔 정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 정보를 얻기 힘든 단독주택 거주자들은 자연스럽게 가격 움직임에 대해 둔감해진다.

그렇지만 성냥갑 형태의 한국의 아파트는 상품 자체가 라면이나 통조림처럼 표준화, 규격화되어 있다. 그 덕에 정보 데이터의 계량화가 쉽고 가격도 쉽게 포착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매주 아파트 시황이 발표된다. 그러나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시세 통계는 월간 단위로 시황이 공개돼 아파트보다는 확실히 늦다. 잦은 정보 공개는 평소에 모르던 사람까지 관심을 갖게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시장에서 가격은 단순한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인간의 기쁨이나 슬픔까지 고스란히 투영된다. 오죽하면 “가격은 인간의 변덕이나 두려움을 보여주는 지도”라는 말도 있을까. 가격에 많이 노출되는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가격의 변화에 따라 조울증 환자처럼 감정의 기복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가격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물론 단독주택 거주자들도 예외적으로 가격정보에 예민한 경우도 있다. 자본 이득을 염두에 두고 재개발, 뉴타운 같은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을 때다. 재개발과 뉴타운 개발은 겉으로는 공공성을 띤 주거환경개선 사업이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재테크 사업’에 가깝다. 거칠게 말해 재개발과 뉴타운은 결국 허름한 단독주택을 허물고 아파트를 새로 지어 개발이익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는 과정이 진행되면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심리 상태도 아파트를 닮아간다는 점이다. 바로 가격 상승을 최고의 가치로 삼게 된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에 자본의 논리가 깊숙이 스며들면서 우리도 모르게 내면화된다. 아파트를 돈으로 생각하는 이윤 지향적 사고, 주거자본주의가 보편화된다, 강남아파트는 거대한 콘크리트 속에 스며든 자본에 대한 무차별 욕망을 투영한다. 하지만 지나친 집의 자본화는 가격이 쉽게 부풀려지면서 위기가 닥치면 큰 후유증을 낳기 마련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2012년 이후 6년간 곱절 이상 오른 곳도 많다.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내다보고 아파트를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사람들은 오늘 집값이 오르면 내일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른바 ‘지속 편향’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 듯 가격도 많이 오르면 내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일희일비하기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시장을 멀리 바라보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서로 오간다는 ‘사이클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격보다 집의 가치에 더 충실한 소비, 2018년 봄 주택시장에서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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