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VNA=연합뉴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트란 쿠옥' 탑이 시민들과 외국인 여행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것 가운데 하나가 개혁·개방이다. 그는 특히 올해 일반 제조업 부문을 완전 개방하고 다른 부문의 개방 수위도 높이겠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중국의 투자 매력이 약해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제조·수출에 의존했던 경제구조를 서비스·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구조개혁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경쟁력이 부쩍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사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을 대신할 투자처로 떠오른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글로벌 자본을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될까.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베트남이 모두 외국인 투자를 원하지만 환경이 달라 당장은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공장이 다르다

베트남 공장은 아직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특화돼 있다. 자동차, 가구, 의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중국은 최근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첨단 기업의 생산거점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그 사이 중국은 안방에서 화웨이와 샤오미 같은 IT(정보기술) 기업들을 키워낼 수 있었다.

베트남도 최근 삼성전자와 인텔에서 각각 65억달러,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아직은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 같은 전통 제조기업들의 투자가 지배적이라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 베트남이 인건비가 더 싸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매력을 잃게 된 건 인건비가 오른 탓이 크다. 반대로 베트남은 아직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로 글로벌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기업 컨설팅업체 드잔시라&어소시에이츠의 더스틴 도허티 선임 연구원은 베트남의 최저임금이 월 최대 175달러 수준으로 중국의 325달러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베트남에 비해 법인세율도 높다. KPMG에 따르면 중국과 베트남의 법인세율은 각각 25%, 20%다.

애덤 맥카티 메콩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년 전에는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을 위한 비용 최소화 전략의 일부로 중국에 투자했지만 이젠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베트남이 사업하기 더 쉽다

기업환경은 중국보다 베트남이 더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베트남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고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며 일찍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제조업을 비롯한 9개 부문에 대한 투자 규제 수위가 중국이 베트남보다 3배 더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베트남은 68위, 중국은 78위를 차지했다.

도허티 연구원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베트남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교역하기 좋은 물류 중심지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이 속한 아세안은 인구가 6억3000만명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 내수시장은 중국이 더 크다

당연한 얘기지만 13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내수시장 규모로는 베트남(9200만명)을 압도한다. 

소비를 주도하는 중산층 인구도 마찬가지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4억2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베트남 중산층 인구는 현재 인구의 3분의 1인 3000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경제구조개혁도 중국 내수시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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