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CJ·신세계 '포스트차이나' 베트남 시장 확대 '가속도'

롯데자산개발이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투티엠 지구 롯데 에코스마트시티' 부지 전경

롯데와 CJ, 신세계 등 내로라 하는 국내 유통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 과거 중국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세계 각국 기업들의 관심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최근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꽌시'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불확실성이 큰 중국 시장에서 잠재력 하나만 믿고 투자를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과감히 접고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이 현지 정치인과 접촉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지사업 확대를 위한 정부차원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내 유통기업들에게 베트남이 어떤 의미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베트남 호찌민에서 2호점 건설을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호찌민에서만 총 5개의 점포를 열 계획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더 이상 이마트를 보기 어려워진다.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중국에 진출했으나 사드 보복이 발생한 이후 국내 기업중 가장 먼저 전면철수를 결정했다. 현재 남은 점포는 1곳뿐이며 이마저도 연내 문을 닫는다.

사드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롯데의 경우 중국 중점사업이었던 중국 점포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에 따라 99개 매장 중 87개가 영업정지되는 등 타격을 입으면서 지난해 9월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다.

롯데마트가 2008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총 손실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사업 초기 비용으로 약 1조5000억원이 투입됐고 2010년부터 영업정지 전까지 연간 약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6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2021년까지 중국 사업을 철수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접는 롯데지만 베트남에서는 상반된 행보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웬 수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롯데의 현지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투자하는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왼쪽)이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웬 수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면담하고 있다. 황 부회장은 이날 롯데의 베트남 현지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투자 확대 및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롯데는 베트남에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호찌민시가 경제 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하노이에는 '롯데몰 하노이' 건설을 준비 중이다. 면세점의 경우 이미 베느남 다낭 공항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CJ그룹은 베트남을 '전진기지'로 삼았다. 특히 CJ오쇼핑은 베트남 TV홈쇼핑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등 주력기업들도 베트남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심지어 CJ는 베트남 현지에서 고추농사, 육계, 양돈사업, 사료사업 등을 직접 영위하고 있다다. 외부 요인에 최대한 덜 흔들리고자 산업의 근간부터 다져나가겠다는 의도다.

기업들의 행보에서 읽을 수 있듯이 베트남은 이미 '전쟁터'가 됐다. 어떤 이들이든 이득이 되지 않는 전쟁을 하지는 않는다. 신세계(이마트)와 롯데, CJ 같은 대기업은 더 그렇다. 그런 이들이 수년간에 걸쳐 시장에 대해 조사했고 베트남이 기회의 땅이라는 공통적인 판단을 내렸다.

지난 6일 베트남 수상실에서 CJ그룹 손경식 회장(왼쪽)이 응우엔 쑤언 푹 수상과 만나 환담을 하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업종 특성상 국내 시장의 한계가 뚜렷해 늘 해외진출을 모색해왔다. 이런 이들에게 있어서 베트남은 국내보다 저렴한 비용을 투자하고도 안정적으로 사업 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국가로 다가왔다. 당분간 국내 유통업체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의 진출 러시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모든 국내 기업에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주변국가로의 진출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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