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를 지배하는 '팡(FANG)' 주식들이 1990년대 닷컴버블을 넘어섰다. 팡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현 알파벳)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로 21세기 인터넷 기업들을 대표한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기술주 지수는 올 들어 23% 올랐고 2016년 이후 67% 뛰었다. 1990년대 닷컴버블의 마지막 2년 동안 상승률 66%를 넘어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16일 보도했다. 

투자전문업체 비스포크투자그룹의 조지 피케스 매크로 전략가는 "최근 들어 IT 주식들은 잘못된 길로 빠질 일이 없어졌다"며 "1999년의 재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팡 기업들만이 아니라 애플, 트위터, 알리바바, 바이두, 엔비디아, 테슬라까지 더해지면 IT기업들이 시장의 돈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널리스들은 IT기업들의 수익이 앞으로 3~5년 동안 22% 늘어 S&P500기업 수익률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과도한 팡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 군드라흐는 지난 2016년 11월 팡랠리를 우려하며 투자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저명한 투자기간 오크트리캐피털그룹의 하워드 마크 공동회장 역시 팡주식에 대해 불마켓(강세장) 조정시 가장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팡주식에 불나방처럼 끊임없이 몰려 들고 있다. 실제 랠리가 최근 더 가속도가 불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팡지수는 지난해 76% 올라 이전 12개월의 41%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밸류에이션 역시 닷컴버블 시대를 능가한다. NYSE FANG+의 밸류에이션은 시장의 3배로 2000년 3월 IT 기업들의 2.7배보다 높다. 

월가에서 고공행진 중인 '팡'이 금융권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시장 전문가 뿐 아니라 평범한 퇴직자부터 파티를 즐기는 밀레니얼세대까지 일반인들의 입에서도 팡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WSJ는 ‘팡 기업들이 우리 삶에 뿌리 깊게 자리 잡으면서 일반인들도 해당 기업과 주식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안과의사인 해롤드 카즈만(78)은 WSJ에 프록터앤갬블, 제너럴밀스와 같은 고배당주 비중을 줄이고 팡주식을 샀다고 밝혔다. 산타모니카에 사는 크리스토퍼 피에르스는 최근 한 생일파티에서 ‘아마존이 호울푸즈를 인수한 것에 대해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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