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기를 마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작년 최고의 실적으로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곧 열릴 주주총회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CEO들은 새 수장에게 자리를 내주게 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홍원식 이베스트증권 사장 등이 오는 21∼27일 열리는 각사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한다. 이들 CEO는 이사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에서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주주총회에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하게 연임이 결정될 거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유상호 사장이 이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5개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단기어음 발행업무를 인가받았다. 유 사장은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연간 당기순이익(5253억원·연결)까지 끌어낸 데다 오너 가의 신뢰도 두텁다. 이미 올해가 되기 전부터 11연임 전망이 밝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졌다. 22일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되면 금융계 역대 최장인 12년 연속 CEO 근무 기록을 쓸 수 있게 된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도 임기 2년을 추가 확보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자산관리, 투자은행(IB) 부문의 영업력을 키워 교보증권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2008년 교보증권 사장으로 처음 선임돼 올해까지 10년을 재임했다. 임기 2년의 5번째 연임이 확정되면 김 사장 역시 12년 연속 CEO 재임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도 지난해 회사가 전년 대비 68.8% 늘어난 14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 실적을 앞세워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홍원식 이베스트증권 사장도 경영 성과를 앞세워 주주총회 승인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는 CEO 교체를 단행한다. NH투자증권은 22일 주주총회에서 정영채 IB사업부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앞서 5년 동안 NH투자증권을 이끈 김원규 사장은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앞세워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초 3연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새 사장 선임으로 물러나게 됐다. 윤용암 사장이 이끌어온 삼성증권도 전년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으나 21일 주주총회에서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