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었지만, 영업이익 '주춤'…1월 실적 밀어내기 의혹도

KT&G 대전 신탄진 본사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표 대결을 앞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는 16일 주총이 열리는 KT&G가 대표적이다. 

KT&G는 백복인 현(現) 사장의 연임을 두고 이사회와 2대 주주인 중소기업은행이 대립하고 있다. 연임 반대 입장을 밝힌 기업은행은 백복인 사장에 대해 '셀프 연임'이라며 선임 절차를 문제 삼은 반면 KT&G 이사회는 기업은행의 경영참여는 '관치'라고 반발했다.

의결권 자문사의 견해도 엇갈렸다. ISS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연임 찬성을 권고했지만 글래스 루이스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입장이 팽팽히 맞서다 보니 투자자들도 어느 손을 들어줘야 할지 고심이 깊다. 주주로서 회사 대표의 연임을 선택할 때 여러 변수를 고려하겠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기업가치와 실적이다. 백복인 사장 재임 기간 회사의 주가와 실적은 어땠을까.

백복인 사장은 2015년 10월 7일 취임했다. 당시 KT&G의 주가는 10만9000원이고, 13일 주가는 9만9000이다. 오히려 1만원(9.2%) 하락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30일을 기준 시점(10만4500원)으로 해도 기업가치는 4.1% 후퇴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손실이 발생한 것과 다름없다.

영업이익은 다소 엇갈렸다. 2015년 말 KT&G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1조3659억원이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1조4261억원·잠정)과 비교하면 4.4% 증가했다. 그러나 1년 전(1조4696억원)과 비교하면 3% 줄었다. KT&G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그나마 매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2015년 4조1698억원에서 지난해 4조6672억원으로 11.9% 늘었다. KT&G는 담배 시장 위축 속에서도 해외 판매 확대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1월 밀어내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올해 1월 별도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677억원, 7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 37.1%씩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담배 매출이 631억원에서 211억원으로 66.6%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1월 물량을 밀어내기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조5348억원으로, 1년 전(1조8822억원)보다 줄었다. 매출을 고려하면 더 물건을 많이 팔고도 아직 못 받은 돈이 늘었다는 의미다. 판매처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돈인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장기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포함)은 1조1906억원에 육박했다.

KT&G는 수출이 지체되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했지만, 회계업계에서는 밀어내기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 회계사는 "1분기 전체 실적이 나와야 알겠지만, 수출 물량이 급감하고 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KT&G는 배당을 1주당 4000원으로 늘렸다. 전년 동기(3600원)보다 11.1% 늘은 금액이다. 시가배당률은 3.32%이며 배당금 총액은 5050억원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가 관계자는 "배당 확대는 투자자들에게 호재지만, 백 사장 재임기간 경영성과는 좋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이 정보에 대해 명확히 알고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 연구소 본부장도 "백복인 사장 재임 기간에 KT&G 주가는 19.8% 하락했고 분석기업의 주가 성과 측면에서도 주주가치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기업가치 훼손 우려 등 결격 요건에 해당해 연임 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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