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적정 유가를 놓고 내부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년 넘게 유지됐던 감산 합의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동의 두 맹주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이 적정 유가선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OPEC는 배럴당 20달러로 주저 앉았던 유가를 1년 넘는 기간 동안 감산을 통해 가까스로 60달러선으로 올려놨다. 미국 셰일의 증산을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OPEC 회원국들의 재정 숨통을 트여놓은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와 이란이 적정유가선에 대한 이견을 드러내면서 OPEC의 분열이 다시 포착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가가 70달러를 돌파하면 셰일 증산으로 다시 유가가 추락할 지에 대해 사우디와 이란의 이견이 팽팽하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재재에서 벗어나 다소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적정유가를 60달러로 다소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60달러를 넘어 70달러까지 오르면 셰일 증산이 촉발돼 다시 유가가 꼬꾸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유가가 70달러로 뛰어 오르면 미국의 셰일 증산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셰일업체들은 배럴당 20달러까지 위협받던 2014년에도 높은 생산성으로 강력한 맷집을 자랑하며 살아 남았다. 셰일업체들은 기술력으로 생산성 혁명을 통해 유가 변화에 따라 생산을 늘리고 줄이는 데에 있어 OPEC 산유국들에 비해 훨씬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사상 최대 규모로 국영석유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데다 탈석유 정책에 따른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70달러를 적정선으로 놓고 있다. 원유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61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65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이란과 사우디는 중동의 맹주자리를 놓고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반대파를 지원하며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간 갈등으로 비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가 어부지리격으로 적정유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실제 이번 감산에서 러시아가 동참하면서 OPEC이라는 카르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은 지난달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유가 64달러선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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