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최고금리 인하 등 난관
연초부터 ‘디지털’ 서비스 적극 선보여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영세·중소 우대가맹점 대상 범위 확대 등 정부의 규제 강화로 카드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민단체와 자영업자들도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낮춰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면서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위기의 카드사들은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며 수익 모델을 찾는 분위기다.

◇ 규제 폭풍..“영업益 최대 1조원 감소할 것”

올해 카드업계를 향한 정부의 규제강화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소액결제가 많은 편의점 등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작년 8월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 평균2%(연매출 3억~5억원)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1.3%로 약 0.7%를 낮췄다.

영세·중소 우대가맹점 대상 범위 확대에 따른 수수료 인하도 수익 감소 요인이다.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는 영세·중소가맹점 확대에 따른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 영업이익이 약 3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대 수수료율 적용 확대는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이 계속 줄자 카드사들은 대출 사업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기에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수익 만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카드다.

실제로 지난해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로 카드사들이 올린 영업이익은 신한카드 8511억원, KB국민카드 5932억원, 삼성카드 5737억원, 현대카드 4608억원, 롯데카드 3139억원, 우리카드 3002억원, 하나카드 2749억원 순이었다. 3조4000억원 가량의 지난해 대출 수익은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 규제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오는 26일 은행권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도입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이 DSR을 도입하면 낮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이 비교적 높은 금리의 카드론을 상환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카드사들의 대출잔액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난달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2.9%포인트 인하되면서 연체이자와 현금서비스 이자 수익이 연간 수백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대출규제까지 가해지면 카드사들의 영업이익이 최대 1조원 감소하게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영세·중소 우대가맹점 대상 범위 확대, 최고금리 인하 등 삼중고가 예상된다”면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올해도 무척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도 “순익이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그나마 기댈 수 있었던 부분이 대출이다. 하지만 DSR이 도입되면 사실상 카드사들의 수익 창구는 모두 막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연일 ‘디지털’ 외치는 카드사들..신규서비스 잇따라

최근 정수진 하나카드의 연임 확정과 동시에 업계를 이끌 8명의 대표이사가 정해졌다. 임영진(신한카드), 이동철(KB국민카드), 정수진(하나카드), 정원재(우리카드), NH농협카드(이인기), 김창권(롯데카드), 정태영(현대카드), 이문환(BC카드) 등이다. 카드업계를 옥죄는 수많은 규제 속에 이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카드사들도 위기를 직감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업계는 연초부터 ‘디지털’에 주목하며 신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업계는 이 같은 전략에 부응해 연초부터 신규 디지털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

신한카드는 선불전자지급수단 기능에 선불카드 기능을 더한 선불전자 지급서비스 ‘FAN머니’를 출시했다. 최대 50만원까지 계좌이체, 무통장입금, 포인트 등으로 충전한 후 충전금액 범위 내에서 개인간 송금, 온·오프라인 신용카드 가맹점 결제, 충전금액 선물까지 가능하다. 신한카드는 자사 신용·체크카드 보유 고객 중심의 플랫폼 사업에서 누구에게나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나아간다는 전략이다.

하나카드는 핀테크와 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고객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 ‘나만의 픽(Pick)’을 선보였다. 청구할인, 캐시백, 하나머니 적립,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이자율 할인, 무이자할부 등 혜택을 자신의 소비 패턴 또는 소비 계획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하나카드는 나만의 픽 서비스에 가맹점주가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반영하면 바로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실시간 디지털 마케팅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롯데카드는 스마트폰 앱인 ‘롯데앱카드’를 통해 ‘기프티샷’ 서비스를 오픈했다. 실물 상품 교환권이나 금액형 상품권을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거나,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다. 외부 위탁 형태가 아닌 롯데카드의 자체 오픈 플랫폼으로 개발·운영해 비용은 낮추고, 롯데 계열사와의 제휴를 통해 할인 혜택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BC카드는 업계 최초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출시하는 ‘업무 택시 간편결제 서비스’에 법인카드 제휴 서비스를 제공했다. 법인 임직원 누구나 실물카드 없이 ‘카카오T’ 앱을 통해 업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택시 이용 요금은 사전에 앱에 등록한 법인카드로 하차 시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아울러 BC카드는 연 30억건에 이르는 자체 거래정보에 기반한 빅데이터 역량을 이 서비스의 사업성 평가에도 활용했다.

이처럼 신규 서비스 출시가 활발히 이뤄지는 데는 전문인력의 지속적 충원도 뒷받침됐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는 IT·디지털·빅데이터 등 관련 업무 인원을 지난해보다 각각 5%, 7.4% 확대했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관련 인력이 올해 320명을 넘어서며 지난 3년간 15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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