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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금융夢]'KO'된 최흥식…김석동이 있었다면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8.03.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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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맡았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 사진제공: 연합뉴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힘겨루기는 최흥식 금감원장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최흥식 원장은 사표를 내고 링에서 내려왔고 김정태 회장은 10여 일 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 원장을 KO시킨 것은 채용 비리 의혹입니다. 지난 9일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학 동기 아들의 채용을 인사 담당 임원에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최 원장은 단순 추천이라고 해명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최 원장이 사표를 낸 것은 의혹 제기 사흘만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의혹은 하나금융에서 의도를 가지고 터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최 원장과 김 회장이 수개월간 맞서는 모습을 보인 데 따른 추측입니다. 

둘의 싸움이 점화된 시점은 지난해 11월입니다. 당시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둔 상황에서 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연임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른바 '셀프연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입니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이 타깃이란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금감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려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이사회는 하나금융은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면서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양 측의 싸움은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이 진행되면서 더욱 달아올랐습니다. 금감원은 불법 대출 의혹 조사 등을 이유로 차기 회장 선임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일정을 강행했고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최 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 사람들(하나금융)이 우리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금감원은 하나은행에서 채용 비리 의혹을 확인하고 검찰 고발했습니다. 하나금융 사내이사 교체를 두고도 충돌했습니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결론이 났지만 길고 치열한 싸움의 과정에서 최 원장을 괴롭힌 것은 관치논란입니다. 

최 원장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관치금융이란 프레임에 모든 사안을 가두려고 노력했습니다. 관치금융의 해로움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 원장의 행보가 시중에서 통용되는 관치금융의 틀에 들어가느냐는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관치금융의 역사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군사정권은 법 개정을 통해 금융을 정부에 완전히 예속시켰고 금리 결정부터 대출, 예산, 인사 등 모든 사안을 좌지우지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민영화가 이뤄졌지만 감독권을 통해 인사 등에 여전히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최 원장이 금감원 수장이란 지위를 이용해 하나금융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내부 인사를 쥐고 흔들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낙하산 회장을 내려보내려고 한 것도 아닙니다. 

금융회사나 경영자 등이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금융시장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금융회사와 그 구성원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금감원장의 본분입니다. 금감원장이 자기 일을 하는 것을 두고 관치금융이라 부르며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축구에서 심판은 선수들이 규칙에 맞게 경기를 하는지 살피고 문제가 있다면 그 정도에 따라 구두로 주의를 주거나 옐로카드, 레드카드로 경고, 퇴장 조치를 합니다. 규칙을 어기지 않더라도 경기가 과열돼 선수 간 충돌과 같은 사고가 날 것 같으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합니다. 심판은 휘슬을 불고 필요한 조치를 내립니다.

누구도 심판의 이런 행동을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난은 반칙을 보지 못했을 때, 보고도 가만히 있었을 때 쏟아집니다. 

CEO 선임의 공정성을 담보하라는 요구하고 채용 과정의 문제를 고발하는 것은 반칙을 지적하고 그에 맞는 처분을 하는 심판의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최 원장을 관치라고 몰아붙인 세력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감독 당국의 영(令)이 제대로 서지 못한 책임은 그 수장인 최 원장에게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가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었던 게 최 원장의 채용 비리 의혹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 원장 스스로 감독에 대한 단호함과 결연함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판정에 확신이 없는 심판은 경기 내내 선수와 감독의 항의에 시달리는 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관치는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아닙니다. 질서를 다스리기(治) 위해 있는 것이 관청(官)이기 때문입니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관이 본분을 넘어선 행위를 할 때뿐입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관은 치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관치란 단어를 뜻 그대로 풀어낸 것이지만 금융권은 이 말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써 김 전 위원장이 가진 철학과 원칙을 단호하고 결연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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