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반도체 공룡의 탄생을 불허했다. 싱가포르계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이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업체인 미국의 퀄컴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만약 브로드컴과 퀄컴의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면 세계 3위의 거대 반도체 공룡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근거리 통신칩 전문인 브로드컴과 모바일 통신칩 전문 제조사인 퀄컴의 '한집 살림'은 글로벌 통신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제안을 금지하고,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본질적으로 동일한 합병, 인수 또는 매입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령서를 통해 "브로드컴이 퀄컴에 대한 지배력 행사를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인텔과 삼성전자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과 퀄컴의 합병은 인텔과 삼성전자를 모두 위협하는 막대한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텔은 브로드컴과 퀄컴 연합을 최대 위협으로 보고 아예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세계 1위 인텔의 아성을 꺾었지만, 반도체업계의 빅딜이 성사되면 세계 3위로 내려갈 우려가 컸다. 

일단 반도체 공룡의 탄생은 불발됐지만, 향후 퀄컴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퀄컴의 운명은 삼성전자의 초미의 관심사다. 퀄컴의 향방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 분야 실적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퀄컴의 운명이 얽히고 설킨 불확실한 M&A 속에서 삼성전자의 속내는 복잡하다. 퀄컴이 어느 기업의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오랜 계약관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선택지를 지속한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사업에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5G 통신, 사물인터넷(IoT), 뉴메모리반도체까지 확장하고 있는 인텔의 변신은 반도체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도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퀄컴이 인수를 추진 중인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회사 NXP를 삼성전자가 인수하는 안을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전자 측에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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