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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유통通]"가화만사성이죠"…유통업계, '워라밸' 앞장
  • 장우석
  • 승인 2018.03.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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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기업들이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며 근무시간 단축에 대해 회의적인 가운데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업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주목받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올해 1월부터 '임금이 줄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작했다. 일 8시간 근무에서 7시간 근무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업무 시간이 단 1시간 줄어들었을뿐이지만 직원들은 퇴근발길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취미를 발굴하거나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시작한 직원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워라밸을 강조하는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 2년동안 '시간선택제' 근무 등 다양한 자체 실험을 통해 이번 근로시간 단축안을 내놨다. 앞서 이마트는 2016년 4월부터 업계 최초로 '임신 직원 2시간 단축 근무제'를 시행해 왔다. 임신을 인지한 순간부터 2시간 단축 근무를 적용하고 단축근무 시간에 대한 임금을 보존해 주는 제도다.

2016년 3월부에는 난임 여성 휴직제를 신설해 난임진단서를 받은 여성 임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휴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노하우가 쌓인 덕분에 자체 시뮬레이션이 가능했고 국내 대기업 최초로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업무시간 외 '카톡 지시'를 금지하고 불필요한 연장근무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 19개 계열사에서 운영 중인 'PC오프제'를 전 계열사에 일괄 도입하기로 했다. 동시에 지난해 도입한 '남성의무육아휴직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보다 효율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8월 2시간 휴가제를 도입했다. 일 근무시간 8시간 중 2시간을 사용하면 개인 연차에서 0.25일이 사라진다.

"겨우 2시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상당수 직원들은 개인사정에 의한 피로나 숙취 등으로 급히 휴식이 필요한 경우, 급히 은행업무를 봐야할 때, 관공서 민원, 병원 방문, 간단한 쇼핑 등에 사용할 수 있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눈치보지 않고 2시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은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업체인 티몬도 탄력적인 근무 환경의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이 회사는 10시 출근 7시 퇴근이라는 독특한 사규를 적용하고 있어서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부담없이 등원시키고, 직장인들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출근할 수 있어서 호평 받고 있다. 이처럼 직원들을 배려하는 문화는 경직된 국내 기업문화 속에서 보기 힘든 경우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근로시간 단축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대략적인 분위기는 여가시간을 활용하려는 직장인들의 모습에서 일부 엿볼 수 있다. 실례로 현대백화점 조사결과 그동안 주부들의 여가공간으로 여겨졌던 문화센터에 최근 여성 직장인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15곳의 '2018년 봄학기 강좌'를 신청 고객을 분석한 결과 20~30대 여성 직장인 비중이 26.1%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봄학기(12.7%)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해당 수치가 워라밸이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실제 올해 봄학기 강좌 모집에서 직장인들의 퇴근시간 이후인 오후 7~8시에 시작하는 강좌는 대부분 조기마감됐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를 찾은 20~30대 여성들은 주로 발레·요가·메이크업 등 미용 관련 클래스부터 드로잉·여행사진 등 취미 관련 강좌를 듣는다. 사측도 워라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20~30대 직장인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이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이다보니 시대적인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더 빨리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많은 기업들이 근로 시간을 줄여가는 초기단계지만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효율성이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우석  usjang@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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