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넘어섬에 따라 국내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의향을 표시한 데 이어 4월 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5월 중 북미 정상회담 개최 추진 등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용위험 지표인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왑) 프리미엄은 지난주말 40bp대 초반으로 큰 폭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제 관심의 대상은 이같은 기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기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북한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성향,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한국증시의 특성 때문에 다른 해외지역 증시보다 밸류를 낮게 평가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2월 말 기준으로 주식시장의 고평가 정도를 나타내는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한국이 8.5배로 선진시장의 15.8배 대비 46%가량 할인돼 있다. 신흥시장의 12.2배와 비교하면 30%정도 할인된 상태를 나타낸다. 즉, 한국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배당성향, 지배구조 등이 개선될 경우에 상대적인 저평가 수준이 완화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우선 운용자산 규모가 60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이 올해 하반기 중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가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자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데서 생겨난 용어다.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율지침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게 되면 소극적인 배당, 복잡한 지배구조 등이 개선될 여지가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14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이 크게 강화되면서 니케이 지수가 한단계 레벨업 한 바 있다. 대만도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가권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디스카운트를 벗어나며 재평가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국내증시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산은 국내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유도하는 환경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점에서 하반기 국내증시 멀티플 리레이팅(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완화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초래했던 세 가지 요인들의 변화라는 점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남북간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이른바 4강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낙관적 시나리오만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2000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점은 남아있는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북한 정상이 만나게 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돼 왔던 북핵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시키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단초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국민연금의 올해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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